“일본건설은 평균 수익률이 갈수록 줄어 전통적인 협력업체 관계 붕괴 등 품질·안전에 심각한 영향줄까 걱정,  종합평가낙찰제로 전환을 시도중이다”

지속적인 건설 투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는 난공불락인 것처럼 보였던 일본의 건설생산 체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한국건설의 생산구조도 일본과 유사하여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도입된 협력업체도 일본을 본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붕괴되기 시작한 일본은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건설투자를 했던 1992년도를 정점으로 작년도에는 투자 물량이 40%까지 줄어들었다.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결정되면서 일본 건설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기대와 달리 학계에서는 일본건설의 물량 소화역량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학계와 달리 일본의 5대 제네콘은 협력업체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전문공사업체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졌다. 지난 9월에 개최됐던 제3차 교토국제컨퍼런스에서 국토교통성 국장이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변화를 가늠해 본다.

물량이 줄어들고 수익성마저 악화되자 시장에 나타난 현상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건설업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980년대에 비해 업체 수가 22%가 줄었다. 업체 수가 줄어 든 것과 동시에 기술자와 기능인력 수도 크게 줄어들었고, 또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인력 감소는 은퇴자 증가, 신규 인력 진입 감소, 업체 수 감소 등이 원인이다. 55세 이상 비중이 34%임에 비해 20대는 10% 미만일 정도로 고령화돼 있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다단계 하도급이 성행하고 말단에 있는 근로자에게 임금체불까지 일어나면서 현장을 이탈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일본 건설에는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지 않는다. 5단계 하도급이 일반적이다. 세 번째로 발생되는 현상이 협력업체 관계 유지 문제다. 협력업체에 대한 장점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식 전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협력업체 역사는 오바야시건설의 경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할 만큼 독특하다. 최대 건설업체인 스미즈건설의 경우 협력업체 결성은 1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협력업체와 전문공사업체 간 차이는 동반자와 계약자 관계와 같다. 동반자는 수평적 협력체계가 유지되지만 계약자 관계는 갑을의 수직적 관계다. 제네콘은 사업 영토가 일본 전역이지만 협력업체는 지역기반이 기본이다. 지역간 이동보다 해당지역 공사에서 협력업체를 활용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제네콘이 협력업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협력업체가 숙련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능훈련 제공은 물론 경영과 기술지도까지 해준다. 임직원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제공함은 물론이다. 협력업체의 역량을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업체와의 공동 활동도 활발하다. 사고를 없애기 위해 공동 집회나 안전기원 행사도 함께 한다. 동반자 의식을 높이고자 다양한 활동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회원사 잡지까지 발행해 참여 의식을 높이기도 한다.

협력업체를 유지할 만한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동반자 유지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협력업체보다 능력 있는 전문공사업체를 계약 건별로 활용하는 게 더 경제적인 실이익이라는 인식이 들기 시작했다. 동반자관계가 계약관계로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원·하도급간에 역할과 책임(R&R)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협력업체 혹은 전문공사업체가 보유한 인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외국기업 혹은 외국인 기술자와 기능공까지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에게 외국기술자와 기능인은 첫 번째 대상이 한국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쿄올림픽 투자 특수를 소화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고급기술자와 숙련공을 일본 건설로 유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는 국가의 생산체계까지 흔들어 놓을 수 있다. 문제는 바람직한 방향보다 땜질식 처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일본건설의 평균 수익률은 2%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수익성마저 줄어들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고품질과 안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마진으로는 전통적인 협력업체 관계가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낙찰제를 일본식 종합평가방식(CEM)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최저가낙찰제가 글로벌스탠다드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한 단면만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영국과 EU는 이미 폐지했다. 미국도 의무화가 아닌 발주자의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건설공사 거래에서 원가(cost)보다 가치(value)를 평가하는 방식을 권고하는 지침서를 내놓았다. 한국건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공공사 거래제도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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