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스마트폰으로 본 신문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한 경제신문이 서울 25개 자치구 내 일반아파트 중 인지도가 높은 단지 내 전용 84㎡(33평)의 최근 2년간 전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였는데 전셋값 상승률 통계치보다 훨씬 더 와 닿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비강남권 전셋값이 2년 만에 30~40% 올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는 2년간 전셋값이 1억5000만원 오른 5억원으로 재계약에 따른 전셋값 부담이 42% 급증했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는 1억2000만원 상승한 4억1000만원으로 2년간 상승률이 40.1%에 달했다. 동작구 상도동 래미안상도3차(34.3%),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4차e편한세상(32.4%), 영등포구 당산동 효성2차(32.2%) 등 2년간 30% 이상 전셋값이 급등한 단지가 꽤 많았다.

말이 1억원이지 웬만한 직장인 부부가 전셋집 재계약 때 1억원 이상 뛴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전세대출을 받고 기존 집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살거나 아니면 출퇴근 시간이 연장되는 피곤을 감수하고라도 수도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어렵게 전세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다. 전세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닌 탓이다. 최근 결혼한 친한 후배의 상황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이 후배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60㎡(25평)에 신접 살림을 차리면서 본인과 여자친구가 모은 1억2000만원에다 전세대출 8000만원을 더해 겨우 전세보증금을 마련했다.

전세대출 원리금 납부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2년 뒤 어떻게 할 건지 물어 보자 “그때 가 봐야죠”라고 받아넘겼다. 과연 이 후배가 2년 뒤 이 집에서 다시 전세 세입자로 살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주택시장을 봤을 때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여러 차례 언론에 나온 대로 한국의 전세 시장은 월세로 빠르게 바뀌고 있고, 배후에는 저금리로 전세보증금을 받아 봤자 수익이 남지 않는 집주인들의 이윤추구 확대 목적이 숨어 있다. 이 행위는 집주인들의 고도로 계산된 경제적 행위로 정부가 각종 전월세 정책을 내놓아도 제어하기 힘든 행위다.

그나마 정부의 전월세 대책 중 개선 효과가 있는 게 임대주택 공급 확대지만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고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 탓에 당장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분간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더 주고 전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세대출에 따르는 원금과 이자를 생각하면 오래지 않아 전세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더 올리는 반전세로 돌리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매년 초혼 부부 10만 쌍에게 저렴하면서 살기 좋은 임대주택을 5∼1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국민주택기금이 보유한 100조원가량의 재원을 이용하고 필요하다면 국민연금기금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국민주택기금을 신혼부부를 위해 쓸 경우 저소득층 등에 대한 혜택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포퓰리즘 비판이 거세다. 오죽했으면 이런 무모한 대안까지 나왔나 생각하니 ‘전세시장은 해법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만 더 늘었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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