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GDP의 10~15%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이지만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올해 파산선고가 내려진 벽산건설과 성원건설을 제외하고도 총 18개사에 이른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상황은 도덕적 해이 등 자신들의 책임도 분명 있지만 공공 발주처들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 역시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본 의원이 최근 마무리된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로부터 국토부와 산하기관의 발주사례를 모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수많은 공공사업에서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과도한 휴지기를 설정한 후 그 부담을 시공사에 떠넘기는가 하면 국가계약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특약까지 설정하는 등 불공정 관행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사업 중 공기 지연으로 인한 간접비 소송이 현재 총 32건이나 진행 중이었고 청구예정 소송가액 역시 2692억원에 달했다. 공사가 마무리된 후 정산 과정에서 발주처와 직접공사비는 정산했지만 공사 지연 과정에서 발생한 인건비 등 간접비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다.

공공 발주처의 과도한 휴지기 설정이나 차수계약 지연 체결 등도 심각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도로공사는 88고속국도 현장의 경우 통상적 휴지기간인 60여일을 크게 초과한 연간 270여일에 이르는 휴지기간에 대한 특약을 정하고 일체의 간접비용을 시공사에 전가하고 있었다.

이 공사에 참여한 7개 시공사는 이 같은 도로공사의 행태가 위법하다고 판단, 법률검토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중재합의를 했지만 아직도 1700억여원 상당의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청댐 장기계속공사 제3~4차 계약의 경우 차수계약 간 간격을 8개월에 이르는 장기를 설정, 연장공기가 전체 계약일수의 50%에 달해 시공사들이 현장 유지비 등 과도한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철도시설공단 역시 공사비 상승과 예산부족을 이유로 국가계약법령과 상충되는 계약 특수조건을 설정해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었다.

이 같은 불공정행위 여파로 지난 7월 기준으로 국토부와 산하기관 발주사업 총 1053건에 참여한 시공사 중 26.4%인 278개 현장의 원도급사 또는 하도급사가 부도처리됐거나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 같은 본 의원의 지적에 대해 공기연장 간접비 문제는 ‘총사업비 관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고 발주기관의 각종 불공정관행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원천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슈퍼갑’을 향해 이 같은 문제점을 정면으로 따지고 바로 잡을 시공사는 과연 몇이나 될 것이며 또 여러 가지 절차와 규정을 따지는 동안 건설사들은 이미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국토부를 비롯한 모든 공공 발주처는 예산절감이라는 미명하에 국가기간산업인 건설산업의 고사를 앞당길 것이 아니라 건설산업이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기간산업으로 우뚝설 수 있는 건전한 토대를 만들어 간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강석호 새누리당 국회의원(경북영양영덕봉화울진·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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