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급인의 근로자 노임 직불사유 발생시 선급금 충당 대상 기성공사대금 내역에서 이에 해당하는 금원은 제외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는 게 대법원 판결 취지다”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수수되는 이른바 선급금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수급인으로 하여금 자재 확보·노임 지급 등에 어려움이 없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도급인이 장차 지급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에게 미리 지급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선급금은 전체 공사와 관련하여 미리 지급된 공사대금이므로 선급금을 지급한 후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수급인이 도중에 선급금을 반환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도 그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 중 미지급액은 선급금으로 충당되고 도급인은 나머지 공사대금이 있는 경우 그 금액에 한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5519 판결), 선급금의 충당 대상이 되는 기성공사대금의 내역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하도급계약 당사자의 약정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7다31211 판결)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제 또는 해지가 되는 경우에 지급된 선급금의 반환범위와 관련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직불처리한 금액은 기성공사 내역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94278 판결)이 나와 소개한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제1항에 의하면,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할 임금채무가 있음을 직상 수급인에게 알려주고, 직상 수급인이 파산 등의 사유로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하도급 대금 채무의 부담 범위에서 그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가 청구하면 하수급인이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같은 조 제3항에 의하여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는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 대금 채무는 그 범위에서 각 소멸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근로기준법은 직상 수급인에게 하도급 대금 채무를 넘는 새로운 부담을 지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경우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건설공사에서의 하수급인 근로자를 하수급인 및 그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보호하고자 함에 있다.

나아가 통상, 하도급계약서도 “하수급인이 부도를 내거나,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 등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대한 하도급대금 중 노임(또는 노무비)의 지급을 유보하고, 직상 수급인이 본 하도급공사에 관하여 고용하거나 지휘·감독하는 근로자에 대한 노임을 직접 지급할 수 있고, 추후 정산”하기로 규정하고 있고,

“하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도급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어 공사대금을 정산한 결과 하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기성금액이 있을 때에는 그 기성금액 중 노무비를 제외한 잔여 금액은 하수급인에 대하여 가지는 선급금반환청구채권, 계약이행보증금채권, 기타 금전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경우,

앞서 본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때, 직상 수급인이 위 하도급계약서에서 약정한 바와 같이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노임을 직접 지급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는 금원은 선급금 충당의 대상이 되는 기성공사대금의 내역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즉, 미정산 선급금의 충당에 관한 위와 같은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할 사유가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는 직상 수급인으로 하여금 미정산 선급금이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되었음을 이유로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부담하는 임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도록 하는 약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의 실질적인 지급 보장이라는 근로기준법 취지, 선급금 충당의 법리와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의 직접지급의무 규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 근로기준법상 직접지급의무 발생요건이 충족된 경우 직상 수급인이 선급금의 충당에 우선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노임을 직접 지급할 사회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의 요청에 따라 미지급 기성금액 중 공사현장에서 하수급인이 고용하거나 그 지휘·감독하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직불한 체불노임은 선급금에 대한 충당대상이 되는 기성공사대금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박하영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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