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몰아치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그래서 몰아도 도망갈 구멍은 남겨 둬야 하는 법. 정부의 행정처분에 반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이목을 끈 사건들을 살펴보자.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에 대한 운항정지 행정처분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운항정지가 현실화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수백억원의 영업 손실과 대외신인도 추락을 감내해야 한다.

많은 항공사들이 이런 아시아나항공의 처지를 딱히 여기는 모습이다. 항공사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선처를 요구는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국토부는 “내정 간섭”이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건설판은 더 살벌하다. 건설업계는 ‘내정’의 최고 수준인 헌법의 판단을 구하려고 한다. 하위 실정법에 대한 거부이자, 불신·불만이다.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4대 강 살리기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 등 과거 진행된 크고 작은 국책·공공 사업에서 담합을 한 혐의로 적발됐다.

당시 최저가낙찰제와 여러 공구를 쪼개서 동시에 발주하는 시스템 등이 담합을 불렀다.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받은 과징금이 2010년 7월 이후 현재까지 9979억원에 달한다.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과징금으로 한 번, 다시 향후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참가제한으로 두 번 제재를 당하는 게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제정 신청을 하고 있다. 앞에서 실정법에 대한 거부라 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살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이는 게 더 솔직한 관전평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통화에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 손을 들어줄 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라면서 “그러나 열심히 아파트 짓고 해외 수주해서 돈 벌어 수백억원 과징금 내고, 또 앞으로 공공공사에 입찰 참여도 못하면 우리보고 회사 문닫으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위헌심판제청을 했다는 의미다. 

관급공사로 수익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중견사는 더 위태롭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제한으로 예상되는 손실액이 한해 매출액의 절반이 넘은 기업도 수두룩 하다”며 “우리는 회사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이 초법적이고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목소리일까.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가 그 답을 준다. 8월에 나온 한 보고서는 “영국의 경우 발주자에게 동일한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도 제재 기간이나 내용에 대해 각각 차별적인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재량을 허용한다.

캐나다는 제재처분으로 입찰참가 자격제한 외에 입찰 계약보증금을 더 부담시키는 수단을 활용하는 등 유도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그러면서 “부정당업자 제재는 공공계약의 체결 및 이행에 있어 공정한 경쟁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정책적 목적을 위한 현재의 과다한 제재사유 역시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이쯤 해서 담합 건설 죄인을 위한 주빌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단, 그 주빌리는 딱 한 번 뿐이어야 한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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