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하도급 분야의 임금체불, 장비・자재 대금체불 등 불공정 관행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0년 하도급 불공정 개선대책을 마련했고 2011년 조례 제정 및 전담부서인 하도급개선반을 신설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하는 ‘대금e바로’시스템이다.

‘대금e바로’시스템은 서울시가 공사대금을 입금하면 원․하도급대금, 건설근로자 임금, 장비・자재대금 등에 맞게 자동이체돼 대금지급이 보장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시의 하도급 직불제 실적은 99%에 달할 만큼 성과가 높다.

사실 관행이라는 것은 불투명한 제도에서만 존재한다. 나는 제도를 투명하게만 바꿔도 하도급 분야의 문제점은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요즘같이 네트워크가 발달된 사회에서는 시스템만 갖춰져 있으면 발주자는 원청과 하청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대금 지급도 간단하다. 이를 지적하고 공공조달 부문에서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관계를 구축해 보자고 시작한 것이 바로 ‘하도급 지킴이’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서 조달청에 서울시의 사례를 예로 들며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시설공사에 대해 발주자가 직접 하도급자 및 근로자, 장비・자재 제공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도록 요청했고, 조달청이 그 요구를 받아들여 만든 것이다.

‘하도급 지킴이’는 지난 2013년 연말 구축되고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제 자리를 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보인다. 2014년 국정감사를 통해 과연 ‘하도급 지킴이’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니 지난 9월까지 시설공사 부문 하도급 지킴이 이용실적은 343건, 3조1643억원으로 같은 기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계약된 시설공사 총 13만8990건, 18조4117조원과 비교했을 때 건수로는 0.25%, 금액 기준으로는 17.2%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조달청은 ‘하도급 지킴이’ 활용실적을 평가에 반영하는 안전행정부의 지자체 정부합동 평가지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지침 등이 확정되면 활용도가 제고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보다 적극적으로 ‘하도급 지킴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장에서 상당수 이뤄지고 있는 재하청과 재재하청까지 적용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다만, 현재 ‘하도급지킴이’는 공공조달의 일부에서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숙제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건설업계의 고질적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고 불공정 계약 역시 근로자나 장비・자재업자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업계 스스로도 근절하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일부 민간기업들이 ‘하도급지킴이’나 ‘대금e바로’시스템을 이용하려 하고 있고 조달청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경제민주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하도급 거래 문화만 정착돼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와 경제 민주화 실천은 가능해진다. ‘하도급 지킴이’가 제대로 정착되어 정부조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그 성과를 민간과 공유해 불공정 하도급 문화 개선에 기여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비례대표·기획재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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