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와 재해감소는 예산문제만은 아니다
시설물 관리기관과 시민 의식이 중요하며,
의식 제고를 위한 사회 공감대가 없으면
지속되는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감소될 수 없다”

19년 전인 1995년 6월 미국 체류 중에 미국 전역에 톱뉴스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보도되었다. 1년 전에 성수대교 사고가 있던 터여서 당시 미국에 근무하는 한인 건설직 공무원들이 우려 섞인 인사말을 많이 들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우리가 그러한 사고로부터 안전한가? 그들이 다시 묻는다면 유감스럽지만 우리의 인프라 환경과 사회적 의식수준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우리는 재해관리 선진국인 일본은 지리적 환경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안전의식은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지리적 조건은 재해에 우호적인가? 국토의 30%에 불과한 가용공간이 고갈되면서 지반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장대교량과 초고층건물들이 시공되고 있고, 도심지 공동주택은 수직증축까지 허용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인구밀도로 인해 재해충격도도 가히 세계적 수준의 국가다. 이 점을 고려하면 도리어 일본 이상의 안전의식 고취는 우리에게 절대적 요건이다. 

올해 초부터 여러 대형 안전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지만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을 안심하고 믿는 국민을 이상하게 보게 되는 나라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의식수준 개선을 위한 재해관리 개선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장기적으로 국민참여형 재해관리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위원회와 종합대책이 수립됐으나 같은 인적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재해예방은 국가 조직개편보다 불안전에 관습화된 국민들이 직접 생활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안전의식 개혁운동이 더욱 선제적 효과를 갖는다. 수백 명이 관람하는 영화관에서, 정원초과인 승강기 안에서, 미로 같은 유흥업소에서, 여전히 우리는 무의식 속의 불안전에 관습화돼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시설 관리주체와 국민들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의식개혁 운동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로써, 안전사고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과감히 의식적 행동으로 대처하는 생활양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양식은 학교 교육체계에 포함돼 행동규범으로 철저히 교육돼야 한다. 

둘째, 단기적으로 안전의식 공감대 형성 캠페인이 시작돼야 한다. 국민안전처 신설보다 국민 전체의 안전 의식수준을 높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노력이 중요하다. 흔히들 안전사고와 재해 감소를 예산문제와 결부하는 경향이 많으나 예산확보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재 수준에서도 시설물 관리기관과 이용시민의 안전의식만 높아지면 많은 사고가 방지될 수 있다. 공통적인 원인은 시설물 관리기관의 느슨한 관리행태와 거기에 익숙해진 시민의식이며, 이러한 의식 제고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감소될 수 없다.

셋째, 중소 건설기업에 특화된 안전관리체계가 필요하다. 국가의 안전관리지침은 대형공사와 대형회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전관리는 현장에서 직접적인 시공에 참여하는 중소건설기업의 현장 엔지니어에게 가장 필요하다. 20년 전과 비교시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의식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이 두려운 것이고, 각종 안전교육들도 여전히 형식적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전관리비가 적은 문제도 있으나, 근로자 개인의 안전의식 부재가 더욱 문제이다. 중소 건설현장의 관행적 안전관리 지침들이 반드시 시행해야 다음 단계가 진행되는 절차적 안전관리체계로 변화돼야 한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사고 후 책임감리제도 등 많은 건설 안전관리 제도들이 시행돼 왔으나 사고의 위험성은 여전히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30년이 넘은 지하철과 한강교량, 40년이 되어가는 도심지 아파트,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KTX에서 우리의 기술적 우수성만 믿고 안심하고 있는 국민들은 없다. 기반시설에서 막연히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익숙해져 사용하고 있다면, 불안감을 해소해 주든지 또는 사용자의 안전의식을 더 높여 주어야 한다. 전자는 시설투자 예산이 필요하고, 후자는 국민이 참여하는 안전의식 향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의식수준을 높여 재해를 예방하는 대대적 공감대 형성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때 국가적 안전벨트착용 캠페인이 교통사고율 감소에 기여했듯이 세계적인 재해사고율 감소를 위해서는 조직의 신설이전에 국민들이 직접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안전의식 개혁운동을 범국가적으로 시작했으면 한다. /강인석 경상대학교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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