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규제완화 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 중인 ‘규제비용 총량제’가 법적 근거가 없는 초법적 제도임이 드러났다.

본 의원이 2014년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무조정실에 ‘규제비용 총량제’의 법적 근거를 묻자 국무조정실은 “‘규제비용 총량제’ 실시 관련 규정들을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 반영해 추진 중”이라고 답변했다. 법적 근거도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규제비용 총량제’는 신설․강화되는 규제의 비용을 분석한 후 이에 상응하는 기존규제를 폐지․완화하는 제도로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8개 기관(국토부, 산업부, 환경부, 해수부, 농식품부, 문체부, 중기청, 산림청)을 대상으로 ‘규제비용총량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전 부처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규제비용 총량제’의 법적 근거에 대한 답변서에서 “규제의 제한이 기본권의 신장이 될 수도 있으나 동시에 기본권의 제한도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에 효력을 미치는 행정행위는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법률에서 근거를 마련한 후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행 총량제가 기존규제의 정비를 위한 방식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으나 기존의 법률 등에서 정한 규제를 규제비용 총량에 걸리게 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감축하게 되면 개별 규제 도입의 목적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규제비용의 개념이 법률에서 명확하지 않고 하위법령 등에서 행정재량에 의해 규정된다면 사실상 하위법령이 법률의 효력을 제한하게 되는 등 전체적으로 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행 법령으로도 ‘규제비용 총량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추진 중인 ‘총량제’가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는 의문이다.

현행 ‘행정규제기본법’은 ‘규제개혁위원회’가 각 부처의 규제정비 계획을 제출받아 수립한 규제정비 종합계획을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민에게 미리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비용 총량제’는 올해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처음 보고됐고, 관련지침을 마련하는 등 ‘행정규제기본법’상의 절차를 이행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정부는 지난 6월17일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행정규제기본법이 ‘규제비용 총량제’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법 관련 절차를 거쳐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면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관련제도의 도입과 시행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국회에서 입법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총량제’ 시행을 기정사실화 하는 등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는 탐욕스런 자본과 관피아에 대한 적절한 규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면 마치 경제가 금방이라도 되살아 날 듯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나아가 ‘규제비용 총량제’로 인한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비용 총량제’는 세계에서 영국만 실시하는 등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로서 마치 세계적 추세인양 ‘침소봉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옳지 않다. 정부는 먼저 규제의 옥석을 가리고 합리적 규제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체계적인 규제정비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기 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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