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수도권 전세는 폭등했지만 월세는 열 달 연속 떨어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래서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면 서민들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일까? 

한국감정원 자료만 보면 ‘그렇다’다. 한국감정원의 ‘월세가격지표’를 보면 수도권 월세가격은 1월부터 10월까지 단 한 달도 전달대비 상승한 적이 없다. 

봄 이사철이던 4월에는 0.3%나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실감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번에는 월 50만원을 줬는데 이번에 재계약하니 월 40만원만 달라더라”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부동산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다.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내는 월세통계는 정부공인통계지만 체감과 괴리가 크다. 국정감사에서는 여당의원 조차 “신뢰하기 힘들다”며 질타했다. 

당장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의 집세 통계와도 차이가 난다. 통계청 자료에서는 올들어 전국의 월세가 떨어진 적이 없다. 전월대비 최소한 보합이거나 0.1%씩 꾸준히 올랐다. 어느 자료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보는 판단이 달라진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감정원 자료를 택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월세까지 합쳐서 보면 (주택시장은)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표본가구가 실제출한 월세를 기준으로 한다. 반면 한국감정원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한 가상의 월세총액이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보증부 월세가 많은만큼 보증금을 월세로 간주한 월세총액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 한국감정원의 주장이다.

문제는 월세전환율이다. 월세전환율을 잘못잡으면 가상의 월세총액이 현실과 달라진다. 국토교통부가 내는 미분양주택 통계도 매번 신뢰성 논란이 인다. 지난 9월 국토부는 전국 미분양주택수가 4만2428가구로 전달보다 5.3%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3만9168가구로 12.5%가 줄어들었다. 무려 3260가구의 오차가 났다. 강원도는 실제 미분양이 줄어들었는데, 미분양이 급증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지자체가 잘못한 것”이라는게 국토부의 주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국토부 자료를 믿지 않은 지 오래됐다. 분양주택자료는 미분양을 숨기고 싶어하는 속성상 제대로 집계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건설사 자사 직원들에게 강제로 떠넘기는 ‘자서(自署)분양’이나 우선 전세로 공급하고 매입여부를 추후 결정하는 ‘애프터리빙’도 미분양물량에서 빠진다. 

체감키 어려운 또다른 부동산 통계로는 ‘주택보급률’이 있다. 주택보급률은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구한다. 지난해 주택보급률은 103.0%로 이미 100%를 넘었다. 가구 수보다 주택수가 많다는 얘기다. 주택보급률로는 전세가 폭등은 설명이 안 된다. 

집이 남아돌면 당연히 임대차 시장도 약세를 보여야 한다. 건설사도 주택을 더 짓기는 힘들다. 알고보니 주택수에 비닐하우스, 쪽방, 고시원, 옥탑방 등을 포함했다. 미분양주택이나 시골 폐가도 주택으로 간주했다.

이달 들어 시장에서는 “수도권 집값 상승이 멈췄다”는 시그널이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10월 주택거래량이 8년만의 최대치로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가 빈번하다”며 즉각 반박했다. 

주택거래량은 신고일 기준으로 실제매매 이후 60일안에만 하면 된다. 정부가 보고 있는 통계는 8, 9월 거래량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통계를 보는 정부의 눈이 편향돼서는 안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헛도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정부의 통계착시 때문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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