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법령이 변경돼도 제때 반영되지 않거나 법령 위배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도 있다.
 이는 규제로 작용해 경제활동에 피해를 준다.  신속하게 정비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들이다”

1991년 3월과 6월에 각각 시‧군‧구 의원과 시‧도 의원을 선출함으로써 1961년 지방의회가 해산된 후 다시 지방의회가 부활하였고, 1995년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 후 현재까지 20년 남짓한 기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빠르게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치법규의 현황으로도 알 수 있다. 1995년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조례는 약 3만 건이었으나 2014년말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조례는 약 6만 건으로 2배 정도 증가하였다. 자치단체의 입법활동이 그만큼 활발하고 성숙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을 가지되, 일정한 한계를 두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법’에서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의 권리 제한,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조례는 법령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고, 주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사항은 법률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조례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위법령이 변경되었음에도 조례에 제때 반영하지 않거나 법령에 위배되는 내용을 버젓이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규정도 발견된다. 조례 제정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이러한 조례 규정들이 현장에서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규제로 작용하여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 피해를 입힌다. 반드시 그리고 신속하게 정비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들이다. 법제처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파악하여 국법체계의 완성은 자치법규까지라는 인식으로 금년 3월부터 243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여 조례에 대한 상위법 위반여부 등을 검토하기로 계획하였다.

다행히 많은 자치단체에서 각자의 조례에 대한 정비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었으나 여력이 부족하여 도움이 필요하던 차에 법제처에서 이러한 정비지원을 한다니 많이들 신청을 해왔다. 조례의 전수 조사는 방대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지루한 작업이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다. 왜냐하면 조례 속에 숨어서 지역 주민에게 부담을 주는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해야 비로소 규제개혁의 체감도가 높아지고, 규제 개혁의 효과가 모든 주민의 생활속으로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제처에서는 금년 3월부터 11월까지 7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2000여 건에 대한 검토를 마쳤고, 발굴된 조례 개선과제는 해당 자치단체에 전달되어 일정에 따라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주차장법’에서는 일정한 경우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을 허용하고 있으나, 조례로 부설주차장은 본 건물이 멸실되기 전까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사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행위 허가취소 사유 외에 조례로 허가취소 사유(1년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를 재개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를 추가하여 개발사업자의 경제활동을 제한한 사례,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에 대한 가산금이 100분의 5에서 100분의 3으로 완화되었으나, 조례에서는 여전히 100분의 5로 규정하고 있는 사례 등이 법제처의 조례 검토 결과 발굴되었고, 이는 지역 주민이나 지역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규제로 작용하는 사례들이다.

규제 개혁의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 법령체계의 품질향상을 위해서도 조례 정비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헌법부터 법률, 하위법령과 자치법규(조례, 규칙)로 이어지는 국가 법령체계는 상호 모순이나 충돌되는 바가 없이 체계적으로 규정되어야 행정의 혼란이나 낭비가 없이 효율적인 자원 분배와 사회질서의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령체계의 최일선에 있는 조례를 올바르게 만들고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국가 법령체계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수범자인 국민이 법령을 신뢰하게 되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법제처는 앞으로도 자치단체와의 상호 협조를 통해 자치법규가 주민친화적이고 법령의 범위 안에서 만들어지도록 조례정비 지원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김형수 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