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빅딜’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12월23일 여야가 이른바 ‘부동산3법’(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3년 유예,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조합원 복수 주택분양 허용)에 합의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국민에게 희망의 정치를 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분명 기쁜 소식이지만, 뭔가가 개운치 않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여야는 ‘주고 받기’로 문제를 해결했다. 여당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는 대신 3년 더 환수를 유예하는 선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마시켰고,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포기하는 대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새로 만드는 걸로 양보했다.

도대체 우리 국회는 언제쯤 정공법으로 승부할까. 표결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인 것을 언제나 당 입장을 대변하는 여야 간사가 장악한 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등에서 법안을 틀어 쥐고 주거니 받거니 거래를 한다.

물론 대화와 타협이 정치의 본질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두 집단이 극명하게 입장이 갈리고, 대다수 국민의 민생이 걸린 문제라면 이런 ‘딜’이 아니라 통 큰 표결로 승부를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렇게 합의된 법이라 그런지 여지 없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통화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법인데 유예에 머문다는 것은 앞으로 더 소모적 논쟁을 지속할 번거로움을 예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부동산3법 처리가 올해를 넘기지 않았다는데 만족해야 할까.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경기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3법이 통과된 것 자체만으로 나름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내년 이야기가 나오니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의 행태도 불현 떠오른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다. 싼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과 서민 주거환경을 안정시킨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사업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이라 그런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경쟁하듯 건설사의 참여를 독려, 압박한다.

아직 사업성 검토조차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건설사는 ‘짜증난다’는 반응이다. 최근엔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주업으로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주택공사 등의 불편해 하는 심기까지 전해져 건설사는 더욱 곤혹스런 상황이란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임대 아파트가 나온다고 하니까 LH 등에서 싫어한다고 하더라”며 “우리는 아직 참여 결정도 안 했는데 괜히 여기저기서 압박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LH 등 공공기관 보유분 중 미분양 토지를 할인해서 판다고 하던데, 땅이 안 팔렸다면 다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땅을 싸게 내놓는다고 건설사가 덥석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불쾌해 했다. 그는 “임대아파트가 손해 보는 장사가 뻔한데 법인세 감면 등이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나 국토부는 이런 건설사의 항변을 직접 듣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 앞에서 건설사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철저한 ‘을’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지난달 12월16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분에 관해 많은 시장 의견, 전문가 의견을 듣겠다”고 밝힌 데 한가닥 기대를 걸어본다.

건설사들이 암묵적인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수익창출의 방편으로 임대주택 시장에 발을 들이게 해야 한다. 그게 정공법이다. 또 그래야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나, 그곳에 사는 세입자나 모두 뒤탈이 없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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