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큰 충격과 혼란을 겪었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그 특성상 사망이나 중상 등 중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해 어느 분야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실제 지난 2009년 이후 5년간 전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재해자 총수는 11만3233명으로 사망자 역시 2682명에 이르렀고 해가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건설업 전체 사망만인율(사망자 수의 1만 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 역시 2.21로 근로자 1만명당 2.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돼 그 심각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건설재해를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할 한국도로공사나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현장의 안전사고가 전체 건설업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체 공공기관과 공기업 발주 공사현장에서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발생한 재해자는 총 4058명, 사망자는 216명이었다. 범위를 27개 주요 공공기관으로 좁혔을 때 같은 기간 재해자는 총 3168명, 사망자는 181명으로 2013년 기준 사망만인율은 2.98로 전체 건설업 평균 2.21보다 34.9%나 높았다.

건설업 전체 평균 사망만인율 2.21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한 곳은 철도공사(39.05), 전력공사(7.43), 농어촌공사(5.41), 도로공사(5.24), 가스공사(2.55), 철도시설공단(2.41), 토지주택공사(2.37) 등 7개 기관으로 나타나 국가적 차원에서 강조하는 안전의식 제고 의지를 주요 공공기관들이 무색하게 하고 있다.

본 의원실에서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특히 공공기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석해 본 결과 공공기관들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단가 후려치기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비를 도급금액이나 사업비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에도 50억원 이상 일반건설공사(갑)의 경우 총 공사비의 1.97을 계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은 이를 무시한 채 공사를 발주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발주한 다수의 현장에서 1.88을, 철도시설공단은 2009년 발주한 호남고속철 공사에 1.58을 각각 적용, 법정비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관리비를 둘러싼 공공기관들의 ‘갑(甲)’질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충격은 더 했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입찰공고문에는 법정요율을 명시한 후 입찰사에 요율을 변경해 입찰할 것을 강요하는 방법으로 안전관리비를 삭감했고, 철도시설공단은 안전관리비를 법정요율로 계상하지 않아 산안법 위반으로 받은 과태료의 상당부분을 시공사에 전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의 모범이 돼야 할 공공기관의 이 같은 행태는 안전사고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공공기관의 자발적 인식전환은 물론 중앙정부와 국회의 통제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노 근 새누리당 국회의원(서울노원갑·국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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