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말의 성찬(盛饌)이다. 대통령도, 총리도, 장관도, 여당 대표도모두가 입만 열면 ‘경제 골든타임’을 얘기한다. 각각 표현을 달리 할뿐이지 그 의미는 똑같이 “올 한해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한눈팔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집권 3년차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2년 동안 몸 풀기를 했다면 집권 반환점을 도는 3년차부터는 지금까지 풀어놓은 정책들이 착근(着根)해 차례로 과실(果實)로 이어져야만 한다. 새로운 정책을 펴기보다는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 보따리를 잘 동여매는, 즉 잘 아울러 결실을 거둬야 하는 시기이다.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인 집권 3년차는 다른 한편으로는 정권에 익숙해져 ‘폼’을 잡으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집권 3년차 징크스를 보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측근비리 및 권력형 게이트, 계파투쟁 및 당청갈등, 인사 및 정책실패 등 정권의 발목을 잡아 내리막길로 치닫게 하는 사고들은 모두 집권 3년차에 터져 나왔다.

현 정부도 문건파동 등에서 그런 징후가 읽혀지고 있어 안타깝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입이 닳도록 외치는 모습을 보였다. 집권 3년차인 올해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어 경제 활력을 되찾고 국가혁신을 위해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 앞을 내다보고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말도 했다. 

사실 우리 경제는 지금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있다. 수출, 내수, 일자리, 노동, 금융, 환율, 제조업, 건설, 부동산, 국가 및 가계 부채 등 어느 한 분야가 아닌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다가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자칫 대응을 잘못하다가는 저성장 함정에 빠져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사회 갈등이 심화돼 영영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글로벌 경제도 온통 잿빛 전망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해야 한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은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식은 인식일 뿐 구체적 실천방향과 의지가 없으면 ‘헛구호’에 불과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아무리 외쳐도 결국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정권은 모든 집행력을 잃고 비틀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단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의지를 다지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가지라도 적극 실천해 나가는 자세이다. 그렇지 않으면 말은 결국 언어유희(言語遊戱)일 뿐이다. 집권 3년차에도 계속해서 말만 앞세운다면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내는 꼴이 될 것이다. 자, 이제는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을 본격 실천해 경제 활성화를 하루빨리 달성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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