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발주를 반대하는 측은 ‘공사품질 저하’를 주이유로 내세운다. 중앙컨트롤타워가 없이 중구난방(衆口難防)식으로 공사가 진행돼 공사의 품질이 현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명목상의 이유일 뿐 실제 이유는 수직적 하도급 구조를 이용한 독식(獨食)과 이윤 독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과연 분리발주가 공종간 마찰로 인해 공사품질을 저하시키는 쓸모없는 제도일까? 정말 그럴까? 이에 대해 “아니요”라고 확언하는 결과가 나와 분리발주 반대론자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일산선 원흥역사 기계설비공사의 분리발주 시범실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8일 공사가 완료된 후 개최된 공사현장 방문회의에서 시공업체, 발주자, 감리자 등 사업 참여주체들은 분리발주에 대해 한목소리로 ‘호평’했다.

공종별 크로스 체크를 통해 공정관리에 전혀 차질이 없었으며, 전문 업체의 직접시공으로 시공품질이 높아지고 공기가 단축되는 등 통합발주보다 분리발주가 장점이 많다는 취지였다. 통합발주 옹호론자들이 내세우는 공사품질 저하가 단순히 기우(杞憂)였을 뿐,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이 서로 운영의 묘를 살려 상호 점검·소통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결과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분리발주가 완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의 경우를 보면, 분리발주가 오히려 시공품질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분리발주를 통해 전문 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서로 최고가 되도록 하기 때문에 부실공사는 꿈도 못 꾼다고 한다. 유럽 최고 경제국가인 독일이 분리발주를 적극 채택하는 것을 결코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

지난해 말 12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이 ‘200억 원 이상 국가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를 규정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입법발의 하면서 “하도급 방식 근본 전환 필요”를 강조했다. 분리발주를 반대하는 측은 바로 ‘황금’ 기득권인 기존의 하도급 방식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지, ‘공사품질 저하’ 운운은 거짓 핑계에 불과하다. 오히려 저가 하도급으로 인해 부실공사의 빌미를 제공하면서도 이득에 눈이 멀어 통합발주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권위주의의 산물인 수직적 생산방식은 어느 곳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며 속속 퇴출당하고 있다. 상호 존중과 공생·상생을 위한 수평적 생산방식이 대세이며, 때문에 분리발주도 건설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도로 정착돼야만 한다. 

이번 분리발주 시범사업의 결과로 분리발주를 반대했던 측은 더 이상 반대의 명분을 찾기 어렵게 됐다. 발주자와 감리자, 시공업체 등 사업 참여주체가 모두 만족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더 이상 명분 없는 반대로 시대에 역행하는 우를 범한다면 건설 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진정 건설 산업을 위한다면 분리발주를 기꺼이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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