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안돼 정부는 벌써 두 건의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하나가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이고 또 하나는 고소득층도 1%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수익공유형 은행모기지 제도다.

두 정책의 특징은 중산층 이상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은 고품질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의 경우 순수 월세가 122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5% 이상 월세를 올릴 수 없다고는 하지만 서민이 살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공유형 은행모기지는 연봉 1억원이 넘더라도 9억원 이하(공시지가) 집을 산다면 돈을 빌릴 수 있다.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정책은 결국 중산층을 끌어들여 서민층으로 때운 부동산 군불을 살려나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서민·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의 한계를 느껴왔다.

주택기금을 이용한 기존의 공유형 모기지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2000여건, 2500여 억원어치가 대출됐다. 하지만 3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해 지난 4분기는 700여건, 960여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중산층 이하 서민층 중에서는 집을 살만한 사람은 다 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또 서민층에게 집을 더 사도록 유도하고 싶어도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부담이 됐다. 소득이 적은 서민층의 부채가 늘어나면 가계빚 관리가 쉽지 않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중산층이다. 중산층 이상의 여유자금을 활용하고, 고가의 주택시장도 부양시키는 일거양득의 의미가 있다. 주택구매를 안하고 전세로 버티는 고액 전세자들도 주요 타킷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민·중산층에 이어 고소득층의 돈까지 다 끌어쓰고 나면 다음 묘수가 없다. 지난해에도 정부의 부동산부양책으로 거래량은 늘었지만 숨통을 돌리는 수준에 그쳤다. 전국 아파트의 지난해 전세가 상승률은 0.40%로 매매가 상승률(0.21%)의 두 배에 달했다. 전세 선호 현상은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시장이 그닥 밝게 보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그냥저냥 버티던 집값의 1차 위기는 2017년께 시작될 수 있다. 이때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집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청년들의 주택소유에 대한 의식이 급변하는 것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34세 미만은 71%에 불과했다. 65세 이상(87%)과 비교해 보면 격차가 크다. 굳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요즘 청년들의 생각이라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집사기를 포기한 영향도 있다.

주택시장의 수요공급의 힘은 세종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초만 해도 공급부족으로 천정부지 치솟던 세종의 전세값은 지난해 말에는 거의 반토막 났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빈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세 2억원이 7000만~8000만원으로 떨어진 곳이 부지기수다. 분양권에 붙는 프리미엄(일명 피)도 한때 1억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본전 수준에서 분양권을 팔아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실상 폰지사기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폰지사기란 새 가입자의 돈으로 기존 가입자에게 이자를 주는 사기를 말한다. 하지만 새 구매자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이들의 소득은 정체되고 있다. 이런 저런 점을 고려하면 부양일변도의 정책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인지 아리송할 때가 참 많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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