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談合)은 사업자 집단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일종으로 시장경제질서를 방해하는 짓이다. 정부가 담합 금지 및 처벌을 법으로 명시해 두고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도 바로 질서 훼손의 심각성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2015년 건설 산업 주요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 명칭은 ‘담합예방과 업계소통을 위한 건설 산업 정책설명회’였다. 정부도 담합이 시장질서 왜곡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불법 행위임을 인식하고 이를 막는 것을 올해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담합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 기존의 ‘규제’에서 ‘예방’으로 중심 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후 적발을 통한 과징금 부과 등의 규제가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선행학습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작년도에만 18개 사업에서 42개 건설사 입찰담합이 적발돼 무려 85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와 함께 건설사별로 최장 2년의 입찰참가 제한이 부과돼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는 결국 건설업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져 국가경제 활성화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 산업은 전체 고용의 약 8%인 180여만 명의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경제의 10~15%, 지역경제의 20~25%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산업의 경영성과는 매우 악화된 상황이다.

건설수주액은 매년 하락하고 있으며,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은 전(全)산업 평균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여기다가 천문학적 액수의 과징금과 입찰참가 제한을 당하게 되면서 공공공사가 중단될 위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이 가격경쟁 위주의 입찰제도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행 턴키 공사, 최저가 낙찰제, 1사1공구제 등의 입찰제도가 기술력과 품질보다는 가격중심 평가이다 보니 담합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예방책은 공공공사 1사1공구제 폐지와 입찰담합 징후 감지시스템, 최저가낙찰제를 종합심사낙찰제로 개편, 실적공사비제도 전면개편 등이다. 기존의 가격 중심 입찰에서 탈피해 종합적인 평가를 통한 입찰로 바꿔 입찰 담합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것으로 사후 제재로 인한 시장 위축을 피하겠다는 의지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할 수 있겠다.

입찰담합은 경쟁적 시장질서를 왜곡할 뿐 아니라 사후제재인 과징금으로 인해 건설 산업의 침체를 가속화 시키고, 해외건설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사후 제재보다는 사전 예방이 그 올바른 대책일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예방을 위한 지도노력이 보태져야 한다. 실효성을 담보하지 않는 예방대책은 허언(虛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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