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대명절인 설을 맞는 서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충격 등으로 주머니가 한층 얇아진데다가 전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은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국민의 바람은 “제발 민생경제 좀 살려 달라”는 것인데 정부와 정치권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늘 그렇듯이 논쟁을 위한 논쟁만 일삼고 있다.

증세·복지 논쟁은 그 중 압권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식의 정답이 없는 논쟁에 감정까지 개입되면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하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정치권 일각의 증세론을 일축했다.

이는 지난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렇게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것, 또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대표가 “복지구조조정은 없다. 법인세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다소 감정적이고 격앙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증세와 복지라는 것은 애당초 서로 양보하며 굴러가야 하는 운명이다. 세수가 부족하면 복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복지가 확대되려면 세수도 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증세 불가’를 외치며 경제 활성화를 외친 것은 경제가 살아야 증세 없이도 세수가 늘어 복지에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반면 양당 대표가 증세를 거론 한 것은 대선 공약 등으로 복지수요가 많은데 경기 침체로 법인세 등 세수에 차질이 생겨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다.
증세와 복지가 서로 양보하며 나아가야 하는 것처럼 위의 두 가지 입장은 서로가 양보해야 풀어질 수 있다.

증세도 복지도 절대 양보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증세 정도와 복지 규모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것이 정말로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파국밖에 없는 문제를 놓고 계속 평행선으로 달려간다면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헛되이 체력만 허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증세를 하되 과도한 복지는 막는 식으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소모적 논쟁을 종식하고 그 여력을 모아 민생경제 부양에 쏟아 부어야 한다. 누구나 한 번 맛들인 복지는 절대 버리려고 하지 않으며, 과도한 증세에는 분명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의 복지와 최소한의 증세가 되도록 지하경제 양성화와 유리알 봉급쟁이 이외의 치밀한 세원 추적 등을 통한 세수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

지난해 국세가 사상 최대인 10조9000억원이나 ‘펑크’가 난 상황이다. 소모적 논쟁으로 증세도, 복지 구조조정도 모두 다 타이밍을 놓치면 그땐 국민의 분노 게이지는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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