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경제’를 얘기한다. 설 연휴 민심을 들어보니 한결 같이 경제를 얘기했다고 한다. 민심의 풍향계가 제발 ‘경제 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도 다들 경제, 경제 하는데 구호만 요란하지 정작 결실(結實)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갈 길이 먼데 아직 시동도 못 건 꼴이랄까. 그래서 국민은 더욱 어렵다.

증세 논란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이 “한국 경제가 좀 불쌍하다”고 했으니 그 경제 안에 있는 국민들이 측은할 따름이다. 이 말은 집권 3년 시작을 코앞에 둔 지난달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동산 3법의 국회 늑장 통과를 빗대 “퉁퉁 불은 국수”라며 “그걸 그냥 먹고도 경제가 힘을 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우선순위는 경제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퉁퉁 불은 국수’ 발언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책임전가 발언이자, 스스로 경제무능정권임을 자백하는 발언”이라며 “지난 2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온 대통령께서 경제가 처한 현실을 이렇게 몰라도 되는 것인지 참담하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야당의 ‘불어터진 국수 논쟁’은 우리 정치권의 정치력과 소통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민에게 맛난 국수를 먹이기 위해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서로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은 참담할 뿐이다.

대통령은 퉁퉁 불어터진 국수를 얘기하기 전에 경제 정책의 노선이 다른 야당에 대해 꾸준한 대화와 설득을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수가 불어터지기 전에 국민이 먹기 좋은 상태가 되게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쓸데없는 명분에 빠져 시간만 허비할게 아니라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도출해 내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국무총리는 “경제가 우선”이라고 입만 열면 얘기한다. 경제 부총리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골을 넣지 못하면 축구에서 이기지 못한다”며 경제회생의 실적을 얘기한다. 그걸 누가 모르나. 야당이 제대로 협조를 안 해준다고 불평만 하고 있다간 그렇게 목 놓아 외쳐온 골든타임 다 지나간다. 

청와대와 정부, 여야는 집권 3년차가 국가 경제 활성화의 마지막 해라는 각오로 소통을 통한 정치력을 보여야만 한다.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논의해 실적으로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소모적 논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자세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국민은 퉁퉁 불어터진 국수가 아니라 쫄깃쫄깃한 국수를 먹어야 할 때가 됐다. 더 이상 구호가 아닌 실적으로 국민의 지친 마음을 달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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