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뛰고 있는 대구 부동산의 고공 행진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집값 상승과 비례해 거품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 후 서울과 수도권 버블이 붕괴되자 투자 자금들은 집값이 저평가된 지방으로 먹잇감을 찾아 옮겨갔고 이후 지방 집값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9월까지 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ㆍ울산 5개 광역시 아파트값은 평균 46.3% 올랐다. 부산이 52.1%로 가장 많이 올랐고 대구가 42.8%로 뒤를 이었다. 이어 광주 42.8%, 대전 36.6%, 울산 39.4% 상승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 동안 빈사 상태에서 벗어나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ㆍ수도권 아파트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3년 8월까지 10% 내렸다가 지난해 9월까지 2.7% 상승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 3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집값 상승의 여지는 더 커졌다.

소득 대비 비싼 가격과 급등세로 지방 집값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특히 대구 주택 매매가격이 논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 집값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20~30% 정도, 입지가 좋은 곳은 30~40%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연간 10%가 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나타낸 부산 집값과 비슷한 행보다. 부산 집값은 2012년부터 꺾였고 지난해는 9월 말까지 상승률이 0.9%에 그쳤다.

반면 대구는 5.4% 상승했다. 대구 집값은 저렴한 가격에다 혁신도시 등 공공기관 이전 본격화와 저금리 기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으로 투자 수요가 가세해 상승 폭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방 부동산 가격 흐름은 2009년 부산에서 예열된 지방의 집값 폭등이 2011년 부산에서 정점을 찍은 후 대구와 울산으로 확장되는 형세다.

그러나 이미 대구를 비롯한 지방 주택시장은 ‘목까지 꽉 찼다’는 말이 무성하다. 투자 자금들이 서서히 지방을 떠나 바닥을 치거나 이미 친 수도권 시장으로 턴을 하고 있는 양상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특히 대구는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어 지역 경기가 수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집값만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가격은 2억4463만원으로 서울(5억3086만원)과 경기(2억9230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2대 도시 부산과 3대 도시인 인천마저 밀어냈다. ‘대구의 강남’인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 호가는 3.3㎡당 2000만원에 육박한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 평당 매매가격이 1400만~1500만원대,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 평당 가격은 1000만원 초반대다. 수성구의 거주 여건과 학군의 우수함을 감안해도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부동산 연구기관들은 “지방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한 무리한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충고를 내놓고 있다.

다른 투자재처럼 부동산도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판다’는 격언을 지켜야 현명한 투자다. 대구와 울산 등 최근 2, 3년 새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주민들은 이 격언을 한 번쯤 곱씹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