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5대 건설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전통적 건설기술 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진국들과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보화기술과 접목한 융합기술 개발할 때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자동향은 IT(정보), BT(생명공학), ET(환경), NT(나노), ST(우주), CT(문화)기술로 구분되는 소위 6T (Technology)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기술의 틈바구니에서 건설은 끼어들 자리가 없지만, 이러한 기술들과의 융합기술로 거듭날 수 있다. 구글에서는 IT와 전자공학기술을 건설과 융합해 튜브 형태의 미래도로시스템(Shweeb)을 선보인 바 있고, 일본의 오바야시구미 건설사에서는 우주 및 나노기술을 건설과 융합해 9만6000km 상공에 우주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이미 건설기술은 다양한 첨단기술들과 융합기술로 발전되고 있다.

글로벌 7위의 건설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이 5대 건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건설기술의 발전만으로는 한계를 갖게 된다. 이미 건설 선진 국가들이 앞서 있는 설계 및 시공기술 분야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정보화기술을 건설에 접목시킨 첨단 융합건설기술 개발에 더욱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정보기술 인프라 환경이 세계적 수준에 있다. 이로 인해 정보화기술의 건설분야 연계 속도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이러한 방향성은 글로벌 건설기술의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유리한 점이 되고 있다.

건설 분야의 다양한 정보화기술 중에서도 3D기반으로 설계와 시공 정보를 관리하는 건설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BIM) 기법의 적용은 건설프로젝트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이 설계내용의 표현은 100장의 2D도면보다 한 장의 3D도면이 효과적이고, 공정진도의 표현은 100장의 3D도면보다 한 컷의 4D객체(3D형태 공사 완성도의 일정별 연속 시뮬레이션 체계)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의사전달 효과가 크다.

이미 중동지역의 플랜트공사 발주는 4D객체를 설계 성과품으로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건축공사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BIM을 적용하고 있고, 토목공사는 아직 2D도면 위주로 적용이 미흡하지만 한국도로공사 등 4대 주요 발주기관에서 BIM적용을 가시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건설공사의 본격적인 BIM 적용은 10여년의 기간이 경과됐으나, 여전히 투입비용 대비 활용효과에 의구심을 갖는 기관들이 많다. 건설기업 입장에서 BIM기술의 도입은 신공법과 같이 가시적 이윤이 보이지 않으므로 시간이 소요되고 경영진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설기관들은 이러한 인식 변화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BIM 활용도 많은 발주기관과 기업에서 추가비용 없이 할 수 있는 부가적 업무들로 간주하고 있고, 비용은 최소한으로 투자하면서 최대한의 효과만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한동안 활발히 적용되던 건축분야에서도 활용성이 감소되고 있으므로, 건설정보 운영체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BIM 활성화를 위한 발주제도 개선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IT, BT, CT 등 기술들로 건국 이래 최대의 관심국가가 되고 있다. 중동지역 등에서는 여기에 건설기술도 가미돼 건설프로젝트로 인한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과거의 아날로그시대에 건설기술 수입국이었다면 현재의 디지털시대에는 건설기술의 수출국이 되어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한수 앞선 국가들과 경쟁해야 하며, 이들의 틈새 기술을 공략해야 한다.

향후 1000조원 이상의 해외 발주물량이 예상되는 고속철도시설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수주능력이 있는 7개국 중에서 가장 후발주자이다. 6개의 경쟁 국가들이 고속철도의 핵심인 차량기술 등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어 단기간에 경쟁력 확보가 용이치 않다. 반면에 우리가 대등한 기술력을 갖춘 인프라 분야에서는 고속철도에 특화된 BIM운영기술을 선점하면 적은 비용으로 고속철도 인프라 기술에서 경쟁력 우위 부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전기자동차가 또 하나의 자동차 모델이 아닌 자동차산업의 미래 생존기술이 되듯이, BIM은 또 다른 건설 응용기술이 아닌 건설산업의 미래 생존기술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에서는 2016년부터 모든 공공공사에 BIM적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남들이 기술의 적용을 보편화할 때 우리가 시작해서는 5대 건설강국에 들 수 없다.

우리보다 앞선 건설강국들이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선점해 경쟁력 우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속철도 해외 수주경쟁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고, 세계적 원자력기술 보유국가간 경쟁에서 앞설 수 있게 된다. /강인석 경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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