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와 힘을 이용한 불공정 관행은 사회 전체를 좀먹는 악행(惡行)이다. 그 횡포가 피라미드식으로 밑으로 전달되는 하방(下方) 속성 때문이다. 우리가 공공 발주기관을 ‘수퍼 갑(甲)’ 또는 ‘울트라 갑’으로 칭하는 것도 바로 우월적 지위의 질량이 커서 불공정의 정점에 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의 갑질 근절 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 불공정 거래를 하면 시장 질서를 크게 어지럽히게 되고 민간의 의욕을 꺽게 된다”며 “앞으로 기관장들이 앞장서서 불공정 거래 행위와 입찰비리를 뿌리 뽑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갑질, 특히 공공기관의 황포에 대한 근절 의지는 시대적 책무이자 반드시 실천해야할 과제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었다.

그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정부가 다시 ‘갑질의 유혹’ 차단에 전방위로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과 다소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갑질 근절이 하루아침 또는 단칼에 이뤄질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정부가 단순한 의지표현을 넘어 항구적인 대책마련과 철저한 관리·감독에 본격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발주기관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대한전문건설협회를 포함해 공공 발주기관, 업계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TF는 오는 6월까지 부당특약 사례 등을 조사해 부당특약 개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불공정 행위자인 발주기관과 상대자인 건설업계를 분리하여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불공정 계약 관행개선 TF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도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남용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여기에 보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거래에서 부당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를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는 인터넷 제보센터를 최근 개설했다. 이는 불공정 행위가 ‘발주자→원도급업체→하도급업체’로 순차적으로 옮아가는 하방 속성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특히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불공정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신원노출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실명을 꺼려왔다는 점에서 향후 정착여부가 주목된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요 근래 건설경기가 역대 최악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쉽게 나아질 기미도 없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공사비 착취와 부담 전가, 무리한 요구 등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는 것은 바로 국가 기간산업인 건설업이 살아갈 건전한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다. 우리가 ‘공공발주 불공정 근절 TF’와 ‘익명제보센터’에 큰 기대를 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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