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친한 지인 사례다. 주변 사람들과 언론에서 “수익형부동산 투자가 대세”라고 하길래 현장 분위기를 살필 겸 2주 전 발산역 인근 한 오피스텔 분양관을 찾았다.

단순 상담을 생각하고 갔던 지인은 “2억원 안팎의 투자로 월 70만~9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양상담사의 설명에 이내 홀린 듯 빠져들었다. 3시간30분 동안 분양상담사의 솔깃한 투자전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지인은 신용카드로 가계약금 100만원을 걸고 지하철역과 2분 거리인 2억5000만원짜리 초역세권 오피스텔을 덜컥 잡았다.

그런데 계약한 지 하루도 안 돼 이 지인은 겁이 덜컥 났다. 입지가 뛰어나고 30~40분이면 서울 도심으로 출근이 가능해 임차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매입대금 전액이 빚이라 원리금 상환 부담과 혹시나 공실 발생 우려에 대한 두려움이 뒤늦게 엄습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채무 부담감에서 갈팡질팡하던 지인은 가계약금 포기를 분양대행사 측에 통보했다. 분양대행사에서 “돌려줄 의무는 없지만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보름 내 계약포기 의사를 밝혀 환불해 준다”고 해 100만원을 손해보지는 않았다.

오피스텔 투자 전성시대를 넘어 광풍이다. 사상 첫 기준금리 1%라는 초저금리 기조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 자금들이 일시에 수익형부동산의 대표 주자인 오피스텔로 몰리면서 분양관은 북새통이다. 실제 대우건설이 지난 13~16일 청약을 받은 마포구 한강2차푸르지오 오피스텔 448실의 청약률은 평균 13.7대 1을 기록하는 등 청약률은 고공비행 중이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분양(예정)인 오피스텔은 9317실에 이른다. 작년 한 해(9508실)에 맞먹는 수치다. 공급과잉 우려로 올해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초저금리 기조로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가 오히려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관련 제도와 세제가 복잡하고 시세차익 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투자한 오피스텔의 정확한 수급과 입지 분석, 세금과 각종 부대비용 계산이 선행되지 않으면 투자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변수다. 현재는 2% 후반에서 3%대로 주택담보대출로 매입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8일 성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앞서 인내심(patient)을 유지하겠다”는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문구를 삭제해 연내 금리 인상 시그널을 던졌다. 시장은 이르면 9월부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도 외국인 자본 이탈을 저지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의 원리금 상환은 훨씬 더 힘겨워진다.

1억원을 예금하면 한 달 이자가 20만~25만원 남짓인 시대라 단기적 관점에서 오피스텔 투자 적기는 맞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금융과 실물경제 예견이 지극히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남들 따라 무작정 뛰어드는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라는 워런 버핏의 금과옥조를 잊지 말길 당부한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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