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올해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려고 익명제보센터 외 분쟁조정 활성화를 마련중이다
 분쟁 당사자들은 분쟁조정이 공정위 처리보다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토목시설물 건설업자인 A는 2013년 5월 종합건설업자인 B로부터 ‘국도 확장공사 중 일부’를 위탁받아 공사하던 중, 일부 국도의 외곽 벽면 규격 등이 당초 계약과 달라진 사정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A는 B에게 공사대금 26억원의 증액을 요청하였으나, B는 A의 요구사항이 현장설명 당시 이미 안내되었던 것이었다며 A의 요청을 거부하여 분쟁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한 분쟁조정기관의 사실관계 조사결과, A가 B의 현장 설명만으로는 변경 부분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되나, A가 설계도면을 오해하여 과도한 공사대금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양 당사자에게 각자 주장하는 사항을 조금씩 양보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B는 A에게 12억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양 당사자가 합의하여 조정이 성립되었다.

위 사안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하도급 분야의 사업자 간 분쟁을 처리한 최근 사례로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분쟁수요에 분쟁조정기관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1985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많은 수의 하도급 분쟁사건을 처리하여 왔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지속되는 이유는 우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부당한 행위를 당하더라도 거래단절을 우려해서 신고를 못하기 때문이며, 다음으로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단순히 원가절감의 한 수단으로 보고, 상생협력의 대상으로는 보지 않는데 있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피해를 당한 사업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익명 제보센터를 설치하여 불공정행위를 적발‧시정하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의 자율개선과 상생협력의 인식을 확산하여 자율적인 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여러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불공정 행위의 자율개선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주요 방안의 하나가 분쟁조정의 대상 범위를 확대해 분쟁조정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의뢰할 수 있는 분쟁사건의 범위는 제조‧수리위탁의 경우 원사업자의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 건설위탁의 경우 원사업자의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50위 미만, 용역위탁의 경우 원사업자의 매출액이 500억원 미만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위 분쟁조정 의뢰가능범위를 제조‧수리위탁의 경우 7000억원 미만, 건설위탁의 경우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30위 미만, 그리고 용역위탁의 경우 1000억원 미만으로 각각 확대할 계획이다.

분쟁조정 의뢰범위와 상관없이 분쟁당사자가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을 원한다면 조정을 의뢰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이러한 하도급 분야에 관한 분쟁조정기관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외에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등에 설치되어 있어 거래유형에 따른 전문적인 조정도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함께 사업자들은 분쟁조정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보다 분쟁의 양 당사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분쟁조정의 신청인 A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여 그 처분을 기다릴 때보다 신속하게 공사대금을 증액 받을 수 있었고, 분쟁조정의 피신청인 B는 신청인이 청구한 공사대금이 과도하다는 점을 분쟁조정기관으로부터 인정받아 신속하게 분쟁을 마무리하여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최악의 조정이 최선의 판결보다 낫다”는 격언이 있다. 앞으로 하도급 분야에서 분쟁조정제도가 활성화되어 많은 사업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고, 불필요한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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