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대한전문건설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발주기관이나 원도급자의)불공정 횡포 근절은 법과 제재만 가지고는 안 되고 (기존의)생각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대한민국 건설호(號)의 키를 잡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 위원장과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 유 장관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8일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3개 건설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공정 관행 개선’에 대해 얘기하며 “건설 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투명해지기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발주기관→원도급자→하도급자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에서 자행되는 담합·비자금·하도급 착취 횡포 등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한 자정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건설업계 전체가 스스로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고는 불공정관행 근절은커녕 조그마한 개선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유 장관이나 정 위원장의 지적이 아니라도 건설업계만큼 불공정관행이 고질적인 분야도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입찰담합과 비자금 비리 등은 잊지 않을 정도로 심심치 않게 언론을 장식하고, 발주기관과 원도급자의 하도급 횡포를 뜻하는 갑질은 ‘수퍼급’ 타이틀을 획득한지 오래다.

건설 산업 자체가 규모가 크다보니 과당경쟁으로 인한 로비나 리베이트 등의 관행이 굳어져 온 게 원인이겠지만 지금 같이 서로서로 ‘제 살 깍기’식 담합·비자금·불공정관행으로는 결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건설업계 스스로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과 의식을 바꿔 더욱 투명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 장관은 이날 건설단체장들에게 △건설시장 안정화 노력 △주택시장 정상화 △불공정관행 개선 △건설안전 강화 △해외건설 활성화 등 5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말해 ‘공정한 룰(rule)을 통해 안전건설로 국내와 해외 건설 모두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6월 건설의 날에 ‘준법경영 실천 결의’를 한바 있다. 건설 산업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음에도 후진적인 관행을 탈피하지 못해 국민신뢰를 상실했다는 이유에서 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건설 산업의 오명은 여전히 씻기지 않고 있으며, 유 장관도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건설단체장들을 향해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스마트 시대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의 불공정관행을 고집한다면 건설 산업의 미래는 없다. 공정한 룰을 준수해 함께 나가려는 공생·상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성장할 수 있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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