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가 고사 위기에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지역건설산업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인데,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공정위는 최근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조례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지자체들의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조례가 타지역에 대한 차별이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한다는 취지다. 이것은 지역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지난해 국내 상장 건설사 가운데 43%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도 벅찬 실정이라고 전해진다. 상장 건설사가 이 정도라면 지역의 영세한 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영세한 농민과 건전한 지역 업체를 살리기 위한 조례가 정부에 의해 폐지 또는 개선 권고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통탄할 일이다. 공정위는 공정하지 못한 조치로 지역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려 하고 있다.

겉으로는 ‘규제개혁’의 옷을 입었지만 실제로는 친대기업 정책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조례를 정부에서 근거도 없이 폐지하라는 것은 헌법적 가치인 지방자치는 물론이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간부터 부정하는 발상이다.

공정위의 존재 이유는 대기업의 불공정 내부 거래와 문어발식 확장, 독점의 폐해를 막는데 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반대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독점을 옹호하는 셈이다.

규제개혁 대상이라는 각 지자체 조례는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제한하고 각 지역의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독려하는 착한 조례이고 굳이 규제라 하더라도 ‘착한 규제’다.

수도권 집중과 대기업 집중은 우리 경제의 큰 취약점이다. 지역 업체들은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필요로 하는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다. 정부가 지역건설산업과 지역농업 등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분야에 대해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키울 조례를 폐지하라는 것은 결국 지역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조례 등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폐지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헌법적 가치가 공정거래법에 앞선다는 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논리다.

국가 단위에서도 우리는 다른 나라의 대형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국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현재 늘어나는 FTA와 기존 WTO체제에 있어서도 국제적 원칙에 보면 어긋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농어업을 비롯한 분야에서 실제로는 내국인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각 나라가 자국보호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 여전한 것은 그렇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경쟁, 자유시장은 일견 좋아보이지만 독과점의 위험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전국단위의 대형 건설사가 독식하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면 결국 공정위는 상위 건설사와 일부 건설사를 위해 경쟁제한을 독려한 셈이 된다.

지역의 전문건설업체들도 고사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 불리한 여건에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도 폐지하라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해남진도완도ㆍ기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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