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용산은 부동산 관점에서 특별한 곳이다.
우선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상징성이 있다. 앞에는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뒤로는 남산을 낀 배산임수의 명당이기도 하다. 특히 한강과 남산 조망권은 고층건물과 아파트 숲 일색인 서울에서 독보적인 부동산 가치 중 하나다.

하지만 그동안 용산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상 철도 구간과 지하철 1호선 등 지상 지하철 노선 탓에 주변 개발이 더뎌 입지적 장점이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2007년 삼성물산과 코레일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기대감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철도 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800㎡에 걸쳐 국제업무시설과 상업시설, 주거시설, 문화시설 등을 건립해 세계적인 국제업무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업비만 31조원으로 국내 개발사업 중 최고였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이후 부동산 경기는 급속도로 식었다. 사업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자 사업 추진을 둘러싼 주체 간 갈등 격화 후 자금조달 실패로 2013년 좌초됐다. 장밋빛 미래를 믿고 10억원대 중후반에 사업지구 내 아파트 몇 채를 샀던 사람이 자살했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용산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용산은 지난해 매매 가격이 1.3% 떨어져 서울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서초구와 강남구는 6.6%씩 상승했고 송파구와 강동구도 각각 4.8%, 4.6% 올랐다. 용산구의 3.3㎡당 매매가격은 현재 2229만원으로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였던 2006년(2278만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용산의 입지 조건과 개발 여력이 여전히 블루오션급이라고 말한다. 강남과 강북을 연결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중앙선ㆍ지하철1ㆍ4호선ㆍITX 등 주요 철도 교통 수단이 몰려 있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엔 KTX 호남선이 개통돼 2시간 남짓이면 목포에서 용산으로 직행이 가능하다. 이르면 올해 착공 예정인 신분당선 용산~강남 구간이 완성되면 13분이 걸린다. 기존 지하철1호선 용산역에서 2호선 강남역까지 39분에서 3분의 1로 줄어들어 상당한 호재다.

평택으로 이전하는 용산 주한미군 이전부지 중 유엔사 부지(5만3000㎡)가 올해 하반기부터 개발이 착수되는 것도 꽤 의미를 지닌다. 유엔사 부지에는 호텔(20층), 주상복합아파트(20층), 오피스(17~20층), 상업시설(2층) 등 10여 개의 건물이 들어선다는 조성계획이 잡힌 상태다. 이달 초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협의를 마무리했고 소유권을 국방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로 넘기는 법적 절차도 마무리됐다.

이 같은 용산의 입지를 높게 평가한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용산아이파크몰에 국내 최대 시내 면세점을 짓기로 밝히는 등 입지 대비 개발밀도가 낮은 용산 부동산에 온기가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용산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에 비해 0.13% 올랐다. 2월(0.07%)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1년 4월(-0.06%) 하락세로 돌아선 뒤 3년 11개월 만에 상승으로 바뀐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용산의 뛰어난 미래가치에 단기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개발계획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조언한다. 용산 부동산 시장이 잠에서 깨어날 일만 남았다고 전망하면 너무 이른 것일까.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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