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시한부(?) 임기 장관이 건설업계의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까. 지난 4월6일 열린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내 들었던 궁금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건설업계의 고민인 ‘담합’ 문제에 대한 질문이 제법 많이 나왔다. 담합 처벌이 ‘2중 징계’라는 지적이 골자였다. 정치인답게 유 장관의 답변은 매우 모호했다. 그는 건설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양측의 입장을 잘 정리한 뒤 “공정위에 (해법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겠다”는 것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일종의 책임 전가였다.

걱정된다. 취임할 때부터 임기 종료가 정해진, 그것도 채 열 달도 직에 머무를 수 없는 장관이 과연 무슨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유 장관이 의원직을 포기하면 다른 얘기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다른 부처에 ‘질문’만 하다 가면 되는 것인가. 유 장관이 건설사 입찰 담합 문제를 법 적용과 소관 부처 간 업무 영역의 ‘칸막이’ 너머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좌절감마저 느껴진다.

지금 건설업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말 그대로 ‘특단’의 대책이다. 특단의 대책이라면 부처·업무의 칸막이를 넘어서는 묘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나 정부 어느 곳에서도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에 벌어진 담합에 대한 과징금 수백억 원이 앞으로 다가올 제2중동 특수 등에서 수조 원짜리 사업 수주를 막으면 어찌할 것인가. 오랜 불황에 고통받는 우리나라가 명분과 실리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과연 무엇이 우선일까. 또 유 장관이 이런 현실적인 질문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건설업계도 이럴 때일수록 한목소리로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러나 업계는 업계대로 또 이전투구에만 몰두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4월8일 유 장관과 건설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나온 “종합·전문건설업계의 상호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은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는 건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4월10일에 입법예고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종합건설사들이 수주량 감소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처신이다.

국토부는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10억까지 확대하는 것은 전문건설기업의 복합공사 하도급 수행경험 및 건설기업이 아닌 건축주의 직접시공 가능 금액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또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복합공사 하도급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공사 1건당 평균 금액이 12억5000만원이나 된다. 10억원으로 복합공사 한도를 높여도 종합건설사가 제 몫을 전문건설사에 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누구를 편들려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실리와 상식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다. 한 가지는 그래도 짚어야겠다. 국회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사이의 수직·종속적인 생산 구조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를 근절하지 않으면 건설 산업의 참여 주체 모두가 상생할 수 없다. 무엇보다 종합·전문건설사 간 칸막이식 업역 규제는 소비자인 발주자의 선택권 제한 문제도 노정한다.

부디 종합·전문건설사 공히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건설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래야 양 업계 모두 더 큰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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