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장은 오랜 수직적 원·하도급 관계로 인해 각종 불법 및 편법·불공정 행위가 적지 않다. 위기에 빠진 건설산업이 생존하려면 ‘정상화’를 위한 정책의지·자정의지가 시급하다”

위기의 건설산업 돌파구는 없는가?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1970년대 이후 도시집중과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정부 또한 건설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 지원했으며, 그 결과 건설산업은 타 산업 분야까지 영양을 미칠 수 있는 종합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건설산업은 성장정책의 후유증으로 인해 수주난, 채산성 악화, 유동성 위기 등을 격고 있으며 국내·외 부동산 시장까지 장기적인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업체들은 바람 앞에 선 등불 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전자입찰 해킹사건, 4대강 입찰관련 담합으로 막대한 추징금 부과, 법정 기준을 총족하지 못하는 건설사가 50%를 넘는다는 실태조사 결과 등 비정상적인 건설산업의 단면이 드러나면서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이미지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비정상적인 문제들은 타 산업과는 다른 복잡한 생산체계에 기인한다. 건설산업은 특성상 토목, 건축, 전기, 조경, 안전, 환경, 설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종합 건설업체인 원도급자와 전문건설업체인 하도급자의 전문화·분업화가 필요한 생산체계를 가지고 있다.

전문화와 분업화는 건설산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수직적인 원·하도급의 관계를 오랜 시간 유지하다 보니 각종 불법 및 편법, 불공정 행위가 적지 않게 진행되고 또한 불공정 행위에 취약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3대 국정과제중 하나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비정상적 관행들이 정상적인 것처럼 진행되는 현상을 바로잡는 것으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워서 새 문화를 형성하고 바른 가치를 만드는 일”이며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건설 근로자를 위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사회보험, 산업안전, 교육 등 각 분야마다 노동자를 위한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유독 건설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지 않다.

일례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신고를 해야 하지만 성실히 신고를 하면 불이익을 받고, 숨기면 재해율이 낮아져 이익을 보고 있다. 이는 건설산업의 각종제도가 현장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둘째, 건설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입·낙찰제도의 정비, 국가계약법의 개선 등으로 발주자(원청업자)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은 발주자에 대한 가격경쟁만을 제안하고 있어 실제 하청업체들 간에는 치열한 가격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발주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낮은 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시장 경제가 가동되고 있다.

셋째, 건설노동자의 적정임금과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종합심사제도 및 표준시장단가의 마련 등으로 적정 공사비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적정한 공사비 확보에만 초점이 쏠려 있을 뿐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노동자의 적정임금을 강제하고 있지 않고 있으니 임금 삭감과 체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빠르게 작업을 완료해야만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기에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이고 부실공사 또한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비정상이 일상화되다시피한 건설시장이야말로 ‘정상화’를 위한 정책 의지, 자정 의지가 가장 시급한 분야인 만큼 어떠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는 하나의 문제만 해결하는 편향적인 대책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개선의 노력이 건설산업의 생존을 위한 가장 선행돼야 할 요건으로 생각된다.      /윤하중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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