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 확대’ 입법예고를 한 지난 10일, 대한건설협회(대건협) 회장이 발행인인 전문 일간지 ‘건설경제’는 언론의 정도(正道)를 지키는 태도를 보였다. 1면에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 확대’라는 단순 스트레이트기사와 함께 4면에 서로 의견이 대립하는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입장을 아주 공정·공평하게 실어 치우침 없는 균형감을 유지했다. 대건협 등 종합건설업계의 거센 반대를 예상했던 전문건설업계로서는 다소 의외였지만 요즘 보기 드문 올바른 언론 보도태도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비난 기사로 국토부 윽박지르기
그날 국토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입법예고는 규제 기요틴 과제 중의 하나”라며 “그동안 종합건설업계, 전문건설업계 및 발주자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칸막이식 경직적 업역 규제를 유연화 해 건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종합건설업계 등 여러 방향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론내린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발행하는 대한전문건설신문도 오랜 숙원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논평 없이 단순히 팩트만 알리는 정도로 기사화해 ‘건설경제’의 언론 정도 노력에 부응했다.

그 후 대건협이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와 언론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다는 얘기가 간간히 들렸다. 그리고 40일 입법예고 기간 중 열흘이 흐른 지난 20일부터 ‘건설경제’는 이른바 ‘국토부 조지기’ 기사를 뜬금없이 시리즈로 실으며 국토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방향 잃은 건설 정책’이라는 타이틀 하에 ‘길 잃은 건설정책 출구 못 찾는 국토부’, ‘잦은 인사에 전문성 부족…중장기 정책 수립 한계 뚜렷’ 등 노골적 제목의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언뜻 보아 ‘과연 국토부가 필요한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 줄만 읽어도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토부가 ‘칸막이식 업역 규제를 유연화 해 건설 산업 경쟁력을 강화 하겠다’고 말하면 건설경제는 이와 반대로 ‘업역 갈등 부추켜 경쟁력 저하 초래’하는 식으로 말 뒤집기식 비난 일색이었다.

98%가 소규모 복합공사 품질 만족
신문은 종합건설업계가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의 주요 문제점으로 ‘계획·관리·조정 없는 복합공사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복합공사 발주경험이 있는 담당자의 98%가 공사품질이 “보통 이상”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소규모 복합공사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담당자의 81%가 “활성화 필요”에 방점을 찍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전문건설업체도 이제는 상당 수준 경쟁력을 갖춰 일정 규모의 공사는 계획·관리·조정하며 공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량 빼앗긴다는 기우가 반대 이유
결론적으로 말해 종합건설업계는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 확대로 시장을 잠식당하고 물량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겉으로 드러낸 이유들은 단지 명분을 쌓기 위해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 

시장잠식 문제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결코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소규모 복합공사의 시장규모는 발주건수 기준 2012년 156건, 2013년 201건으로 기존 3억 미만 공공공사 전체 발주건수의 0.06~0.07%에 불과하다. 금액으로도 2012년 114억2000만원, 2013년 148억6000만원으로 전체 발주금액의 0.16%와 0.21%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시장을 빼앗길까봐 우려하는 척 하는 것은 사탕을 하나도 안 빼앗기려는 유아적 억지이며 기우(杞憂)라 아니할 수 없다.

소규모 복합공사는 전문건설업의 역량강화, 공사품질 향상, 발주자의 시공자 선택 폭 확대 등을 위해 2011년 11월 도입된 제도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면 건설 산업의 고질적인 폐해인 저가 하도급, 불공정 하도급 관행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장점이 많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적용범위와 종합건설업체의 훼방 등으로 아직 활성화 되지 못해 왔다.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건설산업 선진화에 꼭 필요한 제도
우리 건설 산업은 그동안 원도급의 하도급 착취 구조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울며 겨자 먹기 저가 하도급 수주, 피 말리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 착취에 가까운 부당특약 등등 수직적 상하, 갑을 관계로 인한 불평등은 어느 순간부터 건설 산업의 선진화를 막는 암적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입으로는 공생·상생을 얘기 하며 행동은 여전히 자기 몫에만 몰입하는 이중적 자세로는 건설 산업의 미래를 낙관 할 수 없다. 시대가 바뀌면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시의 적절 입법’을 압박이나 협박으로 막으려는 태도부터가 아직도 전근대적 독식과 횡포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이다. 종합건설업계는 ‘함께 가야 오래 가고 멀리 갈 수 있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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