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신(神)들의 땅’이 한순간에 ‘인간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많은 것에 감사하며, 신이 유난히 많은 나라 네팔에서 지난달 25일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은 더 이상 의미도, 감사도, 신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간세상을 철저히 파괴했다.

이미 수천 명에 달한 사망자수는 앞으로 계속 늘어 놀랍게도 1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팔 중심인 수도 카트만두를 강타했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가 더욱 커 국가 전체의 40%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뼈 속까지 강타당한 인간이 복구할 힘도, 능력도, 재원도 없다는 점이다. 세계 최빈국중 하나인 네팔 땅을 한가롭게 거닐던 그 많던 신들도 네팔의 미래를 내팽개쳤다.

인간의 일은 결국 인간이 풀어야 하는 게 세상사 이치인가 보다. 전 세계적으로 네팔을 도우려는 온정과 구호의 물결이 일고 있고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황폐화된 네팔을 이전처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에 앞으로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 물심양면의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우리 건설업계도 네팔의 복구와 재건에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만 한다.

이번 네팔 지진은 사전에 그 위험성이 예고됐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로 분류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네팔 지진 1주일 전에 50여 명의 지진학자들이 카트만두에 모여 네팔 지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한 달 전에는 프랑스 지질연구팀이 네팔 대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욱이 지난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도 네팔이 가장 위험한 강진 발생 지역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는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도 한반도에 총 13회의 지진(규모 2.0이상)이 관측됐다. 연평균 발생 건수는 1980년대 16회, 1990년대 26회, 2000년대 44회, 2010년~2014년 58회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건물 벽의 균열이나 낡은 건물 붕괴에 따른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 5.0이상의 지진도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내진설계 적용대상 공동주택은 전국적으로 모두 30만7597동이지만 이중 40%인 12만2263동이 내진 기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988년 내진설계 도입 이전에 지어진 공공시설물 12만7000여개 가운데 60%인 7만6000여개가 지진 무방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천재지변의 재앙에 우리도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안전을 위한 완벽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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