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이 정관계를 흔들고 있다. 자살직전 남긴 통화와 메모가 현 정부 주요인사를 향하면서 사실상 게이트로까지 비화된 상황이다. 성 전 회장 파문이 미친 영향은 정치권도 크지만 건설업계도 만만찮아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건설사의 폐부를 또다시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크다.
국내 건설사는 정경유착의 단골 경유지였다. 건설업계 특유의 로비문화에다 건설사 특유의 회계와 하청구조는 비자금을 숨겨놓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시쳇말로 시멘트로 발라버린 기둥은 무너지기까지 철근이 몇개 들어갔는지 일일이 들춰보기 힘든 구조였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졌고, 금융위기 때도 적지않은 건설사가 사라졌다. 경남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부침을 온몸으로 겪어온 기업이다. 경남기업은 외환위기 때 무너졌고, 이를 인수한 것이 성완종 회장의 대아건설이었다. 금융위기 때 경남기업은 다시 흔들렸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성완종 파문이 터져나왔다.

중견건설사 혹은 지역건설사 오너 중에는 유달리 정계진출을 한 사람이 많다. 제대로 분양 한 건만 터트리면 수백억원의 수익이 났고, 이 돈은 정계로 진출하는데 넉넉한 실탄이 됐다. 지역건설사 오너 중에는 아랫바닥에서 고생하면서 커온 자수성가형이 많다. 그러다보니 권력에 대한 동경도 컸다. 공사 인허가나 관급물량이 정치에 의해 좌우되니 어느 업종보다도 권력에 민감한 영향도 있었다. 실제로 시의원과 도의원의 상당수는 지역건설사 오너고, 매 국회마다 국회의원으로 데뷔하는 인물도 적지 않다.

일단 정치권에 진입하게 되면 그냥 정치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관급공사를 따내거나 자사에 유리한 로비를 펴온 정황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성 전 회장도 국회의원이 된 뒤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러군데서 나온다.

정치권도 건설사 출신을 선호했다. 로비를 많이 해본 건설사 출신들은 이른바 ‘말’이 통하는데다 ‘실탄’이 많으니 정치자금줄로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감시의 눈이 많아지고 뇌물에 대해 엄격해지면서 과거의 많은 관행들은 구악으로 치부되고 있다. 정치는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아니라 봉사해야하는 자리로 서서히 바뀌었다. 성 전 회장의 광폭로비가 잘 통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연유다.

앞서 주요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담합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걸려 엄청난 과징금을 토해냈다. 국민들은 그때도 놀랐다. 대기업 소속의 건설사들이 조직적인 담합행위를 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한국 건설사는 한때 효자산업으로 대접받았다. 열사의 땅에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고,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해 국내산업을 일군 산파였다. 그땐 긍지를 가지고 건설업계에서 일했다. 이러한 자부심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건설사에 대한 불신은 건설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끊어야 한다.

세상이 다 변하는데 건설사만 못 변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 유착으로 물량을 따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로비가 아닌 기술을 통한 경쟁구도가 이뤄져야 하고, 제값을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은 한국 건설업계에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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