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 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경기 군포시·정무위)
최근 한 시사프로그램이 대기업 건설사와 중소기업 간 잘못된 하도급 관행으로 탄탄했던 한 중소기업의 몰락하는 과정을 다룬 바 있다. 바로 ‘선공사 후계약’이라는 건설업계의 대표적 불공정 관행이다.

건설업계의 하도급관계를 관장하는 주무부서는 소위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이다. 하지만 공정위에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던 이 중소기업은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부도가 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공정위의 업무 처리 과정에 문제점이 많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런 문제들은 지난 수년간 공정위가 가진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첫째, 조사 및 심결과정이 불투명하다. 이 사건의 경우 심사보고서상에는 부당 하도급대금을 인정하고 과징금까지 부과했으나, 심결위원회는 이에 대해 경고 및 무혐의 등으로 심의절차를 종결했다. 공정위의 이 모든 과정은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심사보고서는 신고인에게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둘째, 공정위의 심결에 대한 불복수단이 없다. 신고인이 공정위의 심결에서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 내려져도 신고인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복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오직 피신고인(대부분 대기업)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셋째, 접수 후 처분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공정위에 사건이 접수된 후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리는 일이 많다.

넷째, 공정위 처분결과와 신고인의 피해 회복 절차가 별개이다. 공정위가 피신고인에게 과징금 처분 등을 내려도 그것이 신고인이 입은 피해회복과는 직결되지 않아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의 횡포로 고통받는 ‘을’들이 많다.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은 이들에게 전혀 공정한 법이 아니며, 공정위 역시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우리 사회 ‘을’과 시민이 바라는 진정한 공정한 경제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행법 개정에 따른 공정위 업무처리 방식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요구를 담아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주요 내용은 △명확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 자의적인 심의절차 종료 금지 △심사보고서 공개 등 신고인의 권리 구체화 및 명문화 △조사 기간 지정 및 조사계획서 작성 의무화 △공정위의 의결에 대한 신고인의 불복 행정소송 제도화 △공정위가 과징금 범위 내에서 신고인에게 피해를 선 보상하고, 이를 피신고인에게 소송을 통해 청구하는 대위소송제도 도입 등이다.

법의 내용이 공정위의 대대적 혁신을 요구하는 것인 만큼, 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반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국민적 요구이다. 공정위는 이를 유념,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법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