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흔들어 제몫 챙기려는 종합건설의 ‘놀부 심보’

‘경제 혁신의 지름길, 규제기요틴에서 찾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민관합동회의를 개최, 규제기요틴 과제를 확정해 발표하면서 보도 자료의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규제기요틴을 완성하지 못하면 경제 혁신도 없다는 박근혜 정부의 단호한 각오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두대를 뜻하는 기요틴이라는 표현이 다소 과하다고 하면서도 규제의 폐해가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저런 표현을 썼을까 하는 당시 여론의 대체적 반응도 경제 살리기 성공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함께 규제기요틴 선정해 놓고선…

 
정부가 지난해 8개 경제단체로부터 접수받은 규제기요틴은 당초 모두 153건이었다. 8개 경제단체로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벤처협회·중견기업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 등 대·중기업 경제단체를 망라함으로써 정부는 상생과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이날 민관합동회의에서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114건의 규제기요틴이 확정됐다. 이 가운데 61건은 전부수용, 18건은 부분수용, 35건은 대안마련이란 조건으로 채택됐으며,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 확대’는 당연히 전부수용으로 확정됐다. 결국 대·중기업 경제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개혁 과제를 골랐으며, 여기서 전부수용 됐다는 것은 이견의 소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후 지난 4월10일 입법예고 되기 전까지 3개월여 동안 이해관계자들끼리 또다시 논의 과정을 거쳤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종합건설업계가 집회 등 집단 실력행사까지 동원해 반대를 하는 것은 양손 가득 사탕을 들고는 다른 아이 것까지 빼앗으려는 ‘유아(幼兒)적 떼쓰기’에 불과하다. 비대하다 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건설업계의 어른인 종합건설이 보일 태도는 결코 아니며,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일 뿐이다.

반대 근거도 터무니없는 일방 주장
종합건설업계가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억지춘향’격이다.
우선 종합건설업계는 소규모 복합공사를 3억에서 10억으로 올리면 6조5000억원 규모의 공사가 전문건설 쪽으로 이전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당초 1조9809억원을 주장하다가 돌연 액수를 3배 이상 부풀리는 ‘고무줄 계산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억지를 써서라도 동생에게조차 밥 한 톨도 안 뺏기겠다는 놀부 심보를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실제로 보면 소규모 복합공사의 정의에 부합되는 공사가 많지 않을뿐더러, 발주자의 보수적 성향 등으로 인해 전문건설이 가져올 시장규모는 1800억원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종합건설업계는 10억원의 공사비가 빌딩 5~6층 건축 규모로 종합적 계획·관리 및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과도한 확대 해석에 따른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는 시설물의 일부 중 부득이하게 2개 이상으로 되어 있는 시공분야로 공사 성격상 종합적인 계획·관리 및 조정이 필요 없는 단순 복합공사 위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빌딩·빌라 등을 신축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합건설업계는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여론을 오도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

정부는 국정운영의 지엄(至嚴)함 보여라

‘갑(甲)질의 추억’에 안주하려는 종합건설
종합건설업계가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가 중소기업 보호정책에 역행한다고 우기는 것에서는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소규모 복합공사는 중소기업이 많은 전문건설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2013년 기준 상시 고용 300인 이하 중소건설업체 4만9073개 중에서 전문건설업체는 3만9012개로 전체의 79.5%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0.5%를 차지하는 중소 종합건설업체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입찰을 받아 하도급을 주는 ‘브로커 짓’의 명목상 회사에 불과하다.

종합건설업계가 소규모 복합공사 규모 확대에 신경질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결국 여태까지 누려왔던 ‘갑(甲)질’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규모가 큰 건설 산업에서 10억 미만까지도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려는 업체가 과연 종합이라는 이름을 버젓이 달 수 있는지 스스로 헤아려보길 바랄 뿐이다.

종합건설업계는 이외에도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 문제, 발주자 로비로 인한 부조리 만연, 건설업 등록체계 왜곡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종합건설업계가 지금까지 저질러온 부당과 불공정 악행·횡포를 묵묵히 견디며 기술력과 경쟁력을 쌓아온 전문건설업계를 비하하려는 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문건설업계의 바람은 오직 ‘비정상의 정상화’에 있을 뿐이며, 종합건설업계의 흑색선전과 마타도어 등도 결국은 정상화로 제압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내 몫만 요구
우리나라 건설 산업은 종합건설업계를 주축으로 하는 원도급자의 불공정·부당 횡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 했으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하도급업자들의 ‘벙어리 냉가슴’을 이해한다”는 말까지 했을까.

단가 후려치기·각종 부당특약·끼워 팔기로 공사 대금지급·각종 리베이트 요구 등 원도급자의 전횡과 횡포의 갑(甲)질은 부실시공, 안전 불감증, 건설현장의 모든 부조리의 주범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소규모 복합공사는 소액의 공사에서 도급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를 축소해 불공정관행을 막고 비용절감과 안전 담보 등을 이루자는 것이다. 전문건설업계도 그동안 그만큼 경쟁력과 기술력을 쌓아온 것을 종합건설업계가 모를 리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건설 산업의 수혜를 독차지해오다시피한 종합건설업계가 업계의 맏형이라는 지위를 포기한 채 길거리로 나가 “동생들 몫도 내 것”이라고 ‘떼거리’로 억지를 부리는 것에 깊은 비애와 연민을 느낀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총력 경주를 하는 시점에 갑의 위치에 안주하겠다고 내 것만 챙기려는 태도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동반성장과 상생원칙에도 크게 어긋나는 소인배(小人輩)의 행동이며, 나만 살겠다고 정권을 흔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박 정권 초기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돼있을 때는 말없이 동의하고 따르다가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경제민주화의 한 형태인 규제개혁에 실력행사로 반기를 드는 행태는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을 빨리 불러오겠다는 극도의 이기주의적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종합건설의 집단 실력행사에 흔들리지 말아야
우리 150만 전문건설인과 가족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영업범위 불합리를 개선하고 도급단계 축소(2→1단계)로 거래비용 절감, 발주자의 선택기회 확대 등 건설 산업의 선진화를 도모하는 정부의 노력에 깊은 환영을 표한다. 정부는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라는 규제기요틴의 처리가 곧 경제 혁신의 지름길이라는 초심을 깊이 새겨, 종합건설업체의 억지 주장과 무모한 집단 실력행사에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정운영의 지엄(至嚴)함을 보여야만 경제 혁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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