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은 이미 해외 CM사업에 진출해 시행착오 속 우리의 CM기술 위상을 높이고 있다. 건설인프라 수요 예상국가에 CM체계 제공하면 잠재적 친한국형 시장으로 바꿀 수 있을 것”

올해는 국내 기업이 태국에서 98km의 고속도로 공사를 60억원에 수주하면서 시작된 해외건설사업 50년째를 맞게 되는 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건설수주액은 660억 달러를 달성했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던 2010년의 72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겉모양만 호랑이지, 알맹이는 양과 같이 허약한 ‘양질호피(羊質虎皮)’로 표현되기도 한다. 즉, 거죽만큼 실속을 차리기 위해선 국내 건설산업의 체질이 변화돼야 하고, 해외 건설사업에서도 PMC(프로젝트 총괄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력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육상 및 해양 플랜트건설은 최근의 저유가로 발주물량이 급감하고 있고, 기타 건설 분야도 후발 국가들에게 많이 잠식당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글로벌 건설마켓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지속가능한 해외 건설 경쟁력 확보를 위해 후발 국가들에서 더디게 성장하는 건설 분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CM산업 분야는 그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글로벌 7위의 건설 경쟁력에 우리의 건설사업관리 기술력이 업혀진다면 해외 PMC사업 수주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고심장(良賈深藏)’, 장사를 잘하는 상인은 상품을 가게에 내놓지 않고 깊숙이 숨겨 둔다. 우리나라의 CM 기술력을 지금까지 좋은 상품으로 숨기고 있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충분한 기술력을 쌓아야 하고, 토목 및 시공 분야에서도 CM산업이 정책적으로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 및 토목의 턴키 프로젝트공사에 CM사를 공동 컨소시엄으로 포함시켜, 대형복합공사는 사업 초기부터 프로젝트관리가 고품질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종합심사낙찰제도도 CM과 공동시행이 필요한 부분이다.

즉, 중소형 보통공사에서도 일정수준 이하의 저가낙찰공사에 대하여는 CM시행을 의무화해 공사품질 확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이러한 체계는 품질확보를 위한 저가심의제도 이전에 선제적으로 시행돼야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와 함께 소규모 건설에 특화된 CM적용체계를 구축해 전문건설기업의 CM적용과 관련 업역 진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전문건설기업들도 해외건설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일반 건설업종의 경쟁적 진출보다는 고유 업종분야에 대해 전문화된 CM기술을 갖춘 패키지 진출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건설시장에 이러한 정도로 CM 적용방식이 확대된다면 감리대가 대비 최소의 재정투자로 공사 품질 개선효과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토목분야 CM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국내 기업의 해외 CM 및 PMC 진출에 필요한 내공을 비교적 단기간에 높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CM시행은 개정된 건설기술진흥법의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와 같이 감리와 차이가 없는 무늬만 CM인 방식으로는 기술력 발전이 요원하므로 실제적 CM방식이 적용돼야 한다.

국내의 유수 기업들은 이미 다수의 해외 CM사업에 진출해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우리 CM기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동남아시아지역 여러 국가들에 한국형 CM 환경 구축을 위해 재정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국토교통부와 관련 협회에서 조성한 재정으로 학계에서 세부 연구 성과물을 만들어 민간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성과물이 수출되는, 이른바 정부, 산업계, 학계의 선순환적인 협업체계로 평가될 수 있다.

즉, 이러한 사업방식은 국내 기업이 해외 건설사업 대상 국가와 진출 공종을 다양화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고, 향후 건설인프라 수요가 예상되는 국가에 우리 CM 기술력과 체계를 제공해 잠재적 친한국형 시장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관련 학술단체에서도 5년 만에 시행예정인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해외 국가들에 우리의 CM기술력을 적극 전파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우리 기업들에게도 홍보기회가 되도록 다양한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정부, 산업계, 학계의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올해는 우리 CM산업이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각 지역에 더욱 활발히 진출해 드라마한류에서 CM한류로 이어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인석 경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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