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대한전문건설협회 심상조 회장 직무대행은 최근 국토교통부 고위직을 만난 자리에서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맑고 깨끗해졌다는 의미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을 들고 있던 고위직은 처음에는 다소 의아해 했지만 곧바로 그 의미를 알아챘다. 그 이유는 이렇다.

국토부 공무원들이야말로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빠꼼이들이다. 각종 건설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며 감시하는 역할을 평생 업으로 삼고 살아왔으니 건설업계의 생각과 의중도 손바닥 보듯 빠삭하게 알 게 뻔하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를 무턱대고 추진했을 리 만무하고, 종합건설업계 주장처럼 건설 산업을 망치려고 입법예고 했을 리는 더더욱 없다. 자기 밥(맡은 일)에 코 빠트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는 분명히 말해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칸막이식 경직적 업역 규제를 유연화해 건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종합·전문·발주기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꾸준히 추진해온 중요 과제이다. 10억원이라는 금액도 2011~2013년 복합공사 하도급 평균금액인 12억5000만원과 건설기업이 아닌 자(건축주)의 시공가능 금액인 11억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한 것이다. 허투루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담당 공무원들이 힘의 논리·로비·실력행사 등에 휘둘리거나, 이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를 추진한 국토부 공무원들이 칭찬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같으면 건설 산업에서 영원한 갑(甲)인 종합건설의 로비나 이권 등에 좌우되거나, 종합건설 관계자들과 씨줄 날줄로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로 인해 10여년 연구도 말짱 도로아미타불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규모 복합공사를 담당한 국토부 공무원들은 단호하고, 정직하고, 깨끗했다. 건설 산업의 미래와 발전만을 생각한 ‘건강 공무원’이라 칭해도 좋을 듯하다.

공무원들은 익히 알고 있다. 10억 원 정도 ‘뒷골목 공사’마저 차지하고 있는 종합건설업체는 낙찰 받아 바로 10~20% 떼고 전문건설에 하청을 준다. 도급단계만 늘어나면서 적정공사비, 공사품질, 국민안전과 생명보호, 혈세 남용 방지 등 어느 것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이 같은 전근대적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건강 공무원’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고, 우리는 건설 산업의 희망을 본다.

종합건설업계는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를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게 만들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건설 산업도 인체와 같아서 미세혈관까지 혈액이 잘 돌도록 해야 하는데 큰 혈관에만 피가 통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인체 균형이 깨져 사망에 이르듯 건설 산업도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건설 산업에 ‘건강 공무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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