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은 종일 시끄러웠다. 소규모 복합공사 10억원 확대안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반대하는 종합건설업계 관계자들이 국토부를 성토하는 ‘궐기대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국토부 산하 법정단체인 대한건설협회가 상급 기관 정책에 공개 반발한 이날 시위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한건설협회 스스로도 보도자료에서 “1947년 협회 창립 이래 70년 가까이 줄곧 정부정책에 대한 파트너로서 논리적, 제도적으로 대응해왔던 종합건설업계가 이처럼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대규모 장외집회를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단초는 누가 제공한 것일까. 수주량이 줄어들 걱정이 앞선 종합건설업계인가 아니면 수주 확대가 기대되는 전문건설업계인가.

둘 다 아니다. 이 사태의 발단은 전적으로 국토부가 초래했다.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던 국토부의 정책조정 능력이 문제였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규율 대상인 업계 입장에서 보면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규칙을 손보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양측에 대한 충분한 개정 취지 설명이나 설득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런 ‘불통’ 행정은 불신만 낳았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원래 5억원 정도의 적당한 수준으로 전문업계 복합공사 허용 범위를 확대하려고 했던 것인데 종합건설사 반발이 뻔하기 때문에 그 2배인 10억원으로 일단 입법예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부가 애초부터 양 업계 ‘간을 보면서 확대 범위를 정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국토부를 믿지 않는 업계의 단적인 시선이다.

국토부의 사후 대응도 불만이다. 국토부는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면서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로 발주자의 선택 기회 확대’와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지금 그런 고상한 얘기는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명분이 사라진 자리에선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 간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는 이전투구가 난무한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그 사이 국토부 쪽에서 나온 언급이란 건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부다.

하지만 이는 해결책이 아니다. 국토부가 스스로 입법예고 때 천명한 시행규칙 개정의 당위성을 뒤집은 것이래서다. 책임지는 사람도 안 보인다. 유일호 국토부장관의 대처가 더더욱 실망스럽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입법예고가 차관 전결이라서 장관이 관심도 보이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정부 신뢰가 손상되고 있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는 박근혜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규제 기요틴(단두대) 사안이다. 이런 법안이 입법예고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후퇴한다면 다음 정책은, 또 그 다음 정책은 시작이나 제대로 해볼 수 있을까. 국토부는 서둘러야 한다.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조회가 마무리 됐다. 국민은 요란한 시위가 아니라 정부와 전문건설, 종합건설업계가 서로 손을 맞잡고 건설환경 변화상과 규제개혁 요구에 합의했다는 아름다운 모습을 더 보고 싶어 한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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