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를 풀고는 싶은데, 난개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안 풀자니 뭐 했냐는 말을 들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린벨트 규제완화를 보는 국토교통부의 셈법은 좀 복잡해 보인다. 난개발 논란이 제기되자 “난개발 우려가 있는 곳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겠다”며 보완책을 들고 나왔는데,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규제완화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고도 하고, 사전협의를 거친다면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한다.

발단은 지난달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다. 국토부는 이날 ‘그린벨트 규제완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1971년 그린벨트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중앙정부가 주도해 온 그린벨트 관리권 일부를 지자체에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30만㎡ 이하 규모의 그린벨트는 시도지사가 직접 풀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지자체에서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제안하면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심의회에서 심의를 거치게 돼 있다. 사실상 해제권한이 국토부 장관에서 시도지사로 넘어가는 셈이다.

그린벨트 규제완화에는 당연히 우려가 많다. 먼저 난개발 가능성이다. 선출직인 지자체장들로서는 아무래도 민원에 약하기 마련이어서 그린벨트 해제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임기 동안 치적사업을 남기기 위해서도 그린벨트 해제는 필요하다. 그린벨트 내 부지는 가격이 저렴해 개발공약을 이행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뒤로 물러나면 지자체 간 갈등이 커질 우려도 있다. 통상 그린벨트는 주로 지자체 경계와 맞물려 있어 양 지자체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면 지역갈등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우회적인 수도권 규제완화의 가능성도 높다. 그린벨트 해제 물량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몰려있는데다 물류나 시장 등을 고려하면 기업체들도 수도권 내 잔류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수도권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런저런 점을 따져볼 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발표 다음날인 7일 유일호 국토부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자체장들이 그린벨트를 선심성으로 풀어 난개발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며 “자치단체장이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국토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개발 가능성이 있을 땐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자체장이 독단으로 그린벨트를 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얘기였다. 당연히 지자체에서는 “국토부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비단 이뿐 아니다. 정부 정책을 보면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유부단한 정책이 나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청와대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당 부처가 마지못해 내놓은 정책이거나, 국정과제에는 부합하나 반대여론이 많아 상당한 역풍이 우려되는 정책이다.

부처의 방침과 맞지 않거나 국민설득에 자신이 없는 정책이라면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옳다. 그런 다음 컨센서스를 형성해 국민에게 공개해야 혼란이 없다.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한 정책은 명징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민간의 투자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든다.

정책을 슬쩍 꺼내놓고,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손을 대는 ‘샤워실의 바보’로는 절대 안 된다. 경제를 살리는 진짜 방법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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