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사의 해외진출이 늘지만 성공 소식은 드물다 
가장 큰 애로가 대금 등 불공정계약이라고 한다.
해외건설 표준계약서 도입됐지만 구속력 없어 한계
정부는 인센티브 제공 등 사용 독려에 적극 나서야”
 
지난 10여 년간 국내 건설투자가 정체되어 있는 반면, 해외 건설시장은 10배 가까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시장은 중동, 아시아를 넘어 남미, 아프리카에까지 뻗어 있다. 바야흐로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국내 건설시장을 대체할 대세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해외건설 부문의 급성장세는 하도급을 수행하는 건설업체의 해외진출에도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전문 및 설비건설업체의 해외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해외건설업 신고업체 6526개사 중 전문건설업종이 2072개사로 종합건설업종 2043개사에 비해 많은 상황이다. 분명 해외진출은 신규시장, 새로운 수익원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중소건설업체에 큰 의미가 있다.

문제는 정작 하도급업체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두 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 도약했다는 업체가 없다. 중소기업 특히, 하도급기업의 해외진출은 애초부터 무리였던 것일까? 하도급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해외진출 기반이 열악하고, 자체 정보수집능력도 부족하고, 자금력도 취약하고, 대외신인도도 낮다. 어쩌면 이들에게 준비된 것은 해외진출에 대한 열정, 기대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외에 진출한 하도급업체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외건설시장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과 애로사항은 다름이 아닌 불공정 계약이다. 선급금・기성금 등 공사대금의 지연, 설계 및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미조정, 과도한 보증요율, 공사완료 이후 현금유보 등 계약상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건설 현장에서의 불공정계약은 구제수단이 부족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률 적용 여부의 판단 역시 복잡하여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황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원・하도급자 간 상호불신과 분쟁만이 증가할 뿐이다.

다행히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건설에서의 불공정계약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4년 7월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 보급했다. 여기에는 국내 표준하도급계약서 수준의 하도급자 보호규정을 포함해, 현지법인설립 강요 금지, 과도한 보증요구 및 보증기관 지정 금지 등 해외건설업의 특수성이 반영됐다.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는 해외 건설시장에서도 국내 건설업체 간 하도급거래는 하도급법이 적용된다는 인식을 확산해 중장기적으로 해외건설에서의 하도급거래질서 정착 및 불공정 관행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은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해외 현지법인 간 계약의 경우는 적용 자체가 불가하다는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새로이 제정된 계약서가 신규 계약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개선 및 수정이 필요한지 아직 그 실태에 대해선 조사된 바가 없다. 다만, 추측하건대 국내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제정 이후 활성화까지 20여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아직 시장에서의 사용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정도이다.

따라서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활성화와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표준계약서 사용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등 정부가 해외공사 발주자가 참여하는 공사의 경우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적극 독려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건설업체의 사용 의지이다. 현재 10대 대형 건설업체의 해외수주 비중이 9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중소 및 하도급업체와의 동반성장, 상생협력을 위한 국내 대형건설업체들의 자율적인 표준계약서 사용의지가 절실하다.

중소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67억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17.2%에 달했으나,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4년에는 30억 달러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까지 줄어들었다. 여전히 하도급자에겐 어렵고 먼 해외건설시장이다.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사용으로 이들의 시름을 조금은 덜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분명 원・하도급자 간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협력적 동반자관계에 긍정적인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 활성화를 기대한다.    /노재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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