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사의 이유 없는 ‘정산거부’가 최근 건설경기 회복기에도 전문건설업체 도산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이자 원·하도급간의 현안 문제로 떠올랐다는 대한전문건설신문의 보도는 원도급 종합건설업계의 횡포와 ‘갑질’에는 끝이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보도에 따르면 올 4월까지 부도난 전문건설업체 20여 곳 중 부도 당시 전문건설공제조합 보증잔액이 30억원을 넘는 곳이 8곳, 시공능력평가액이 100억원 이상이 8곳, 200억원을 넘는 업체도 3곳이나 되며, 1990년대에 건설업 면허를 등록한 20년 이상 업력 등 알찬 규모의 저력 있는 기업들로 대부분 건설경기 장기불황을 나름대로 잘 견뎌온 곳들이다. 

이처럼 능력과 경험 있는 전문업체들이 줄도산하는 주요 원인으로 원도급사들의 ‘정산거부’로 인한 현금흐름의 경색 때문으로 꼽히고 있다. 즉 원도급 업체가 공사가 끝난 후 대금 정산을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하도급 업체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정산거부’ 갑질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서울 소재 전문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원도급업자의 불법·불공정 행위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185개 업체 중 91개 업체(49.2%)가 최근 3년간 원도급사로부터 추가공사비를 정산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추가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56% 업체가 ‘원도급사가 추후 정산 및 보전을 해주겠다고 한 후 약속을 어겨서’라고 답했고, 39%는 ‘발주처와 원도급사간 설계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아서’인 것으로 조사돼 ‘정산거부’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런 정산거부가 결국 건실한 전문건설업체들의 부도로 이어진 것인데 한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세로 줄어들던 부실 전문건설업체가 최근 들어 다시 늘고 있는 것은 원도급사로부터 공사대금 정산을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기관 관계자도 “동부건설이나 경남기업 사건에 따른 대규모 피해사례가 없는데도 도산업체가 여전히 많은 것은 저가하도급의 여파에 공사해도 정산을 못 받아 생긴 현금흐름경화가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공사 현장에서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 A씨가 원청업체와 정산을 두고 갈등을 빚다 분신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A씨는 “작년 추석에는 손실보전금으로 15억원을 요구했지만 갑의 협박과 압력으로 6억5000만원에 합의했으며, 금년 설날에도 연장계약 및 추가공사비로 15억6000만원을 요구했으나 7억5000만원에 합의했다”며 “더 이상 간접 살인하지 마라. 본인 하나로 끝나게 해라. 억울하다. 더 살고 싶다”라는 피맺힌 유서를 남겼다.

원도급 종합업체들의 ‘정산거부’라는 횡포가 하도급 전문건설업계에 또 다른 한 맺힌 절규를 불러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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