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문제가 해법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것인가. 정부가 지금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처럼 우왕좌왕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종국엔 정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에 대한 명분과 국민 신뢰를 모두 잃는 건 아닌가.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은 6월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소규모 복합공사 관련 입법예고 제출의견 검토회의’를 열었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을 고치기 전 사실상 마지막 이해 관계자 의견수렴 절차였다. 

이날 회의는 사전에 일정이 언론에 배포됐고, 참석자 발언도 모두 공개됐다. ‘일개’ 시행규칙을 손보면서 정부가 이렇게 공개적, 대대적으로 의견수렴 ‘이벤트’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둘러싼 관련 업계나 국민 관심이 크다는 것을 국토부가 인식했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혼자서 시행규칙을 밀어붙일 능력이 안돼 여론의 힘을 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상대로 회의에선 아무런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와 관련해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입장 차가 하도 커 접점을 찾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구자명 전문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3억원 미만인 소규모 복합공사는 발주된 게 거의 없어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확대 규모가 너무 크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10억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내삼 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종합건설업체는 등록에는 기술자 5∼12명, 자본금 5억∼12억원이 필요하지만, 전문건설업체는 기능공 2명, 자본금 2억원만 있으면 된다”며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와 양 이해 당사자가 이렇게 양보나 타협을 모색하지 않으니 객관적인 제3자의 목소리에 더 관심이 간다. 마침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가 보도자료를 내고 “종합건설업계가 주장하는 부정적 효과보다는 건설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정부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규모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사만 시공사가 될 수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원칙의 예외이기 때문에, 종합건설업체가 주장하는 전문건설업체의 경험 부족, 기술력 미비는 반대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정부안이 거래비용을 낮추고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새겨 들어야 한다. 국토부의 입법예고 취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국토부 행보가 여간 개운치 못하다. 국토부는 검토회의 뒤 “입법예고의 방향은 유지하되, 금액 조정의 여지는 열려 있다”고 했다. 종합건설업계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게 확대 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말 그렇다면 ‘칸막이식’ 업역 구분 철폐, 건설산업 선진화 등의 입법예고 명분이 퇴색한다. 그 명분에 맞춰 설정한 게 10억원인데 이를 7억원이나 5억원으로 줄이면 그 의미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니겠는가. 

부디 시행규칙을 손보려던 당초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게 무엇인지 국토부가 남은 두어 달 동안 고민하길 바란다. 그것이 양 업계와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과적으로는 국민 원성만 듣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메르스 대응처럼. /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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