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300억 달러(약 820조원) 규모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대한 투자 및 수주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협정문 서명식을 갖고 공식 발족한 것이다. AIIB는 앞으로 10개 회원국 이상의 국회 비준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57개 창립 회원국으로 출발하는 AIIB에서 한국은 3.81%의 지분을 확보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은 5위 회원국이다. AIIB 회원국의 기업들에게 사업 참여 기회가 우선 부여된다는 점에서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아시아지역 건설·교통·통신·금융 인프라 구축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제2 해외건설 붐’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인프라 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세계은행(WB)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다자개발은행의 아시아 지역 투자는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AIIB의 투자 여력을 감안할 경우 아시아 지역 인프라 개발은 앞으로 상당기간 활력을 띌 전망이다.

AIIB는 아시아 국가의 도로·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에 상당한 비중을 둘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IIB를 주도하는 중국이 이미 ‘신(新) 실크로드’ 구축계획을 밝힌바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인도양, 중동을 종횡으로 연결하는 각종 인프라 구축이 그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와 건설업체들은 기초 인프라 구축 경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AIIB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건설·교통과 같은 인프라에서 한국 기업의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25일 AIIB 출범 후 확대될 아시아 지역 인프라 공사 수주를 위해 민관 합동대응체계인 ‘코리안 패키지(가칭)’ 구성계획을 밝힌바 있다.

국내의 건설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하락에 의한 중동지역 수주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던 우리 건설업체들은 AIIB 출범을 계기로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수주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중국이 AIIB를 만든 이유가 다분히 정치적으로 미국 견제라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인프라 투자는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입 57개국이 인프라 건설에 각각의 경쟁력을 내세워 벌떼 같이 달려들 것도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건설업계가 좀 더 긴밀하게 머리를 맞대고 성공적인 AIIB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국내 건설업계로서는 가뭄에 단비일 수 있으나 정부와 기업의 손발이 잘 안 맞을 경우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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