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도 아랑곳 않고 열풍을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에서 불안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2015년 상반기 분양시장은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성공적인 시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상반기 전국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9.15대 1로, 지난해 상반기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 4.48대 1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는 또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공급 물량도 많았다. 올 상반기 전국에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12만8259가구가 분양됐다. 저금리 주택담보대출과 갈수록 줄어드는 전세매물로 인한 내 집 마련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건설사들도 ‘물 들어왔을 때 노 젓자’는 심리로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그렇다면 이런 호황 분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업계 일각에서는 2~3년 뒤 올해 분양 아파트가 입주할 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같은 우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시그널도 포착된다. 6월28일 나온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5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2만8142가구로 집계됐다. 전달(2만8093가구)보다 0.2%(49가구) 늘었다. 증가 폭은 작지만 4개월째 이어진 미분양 주택 감소가 끝났다는 게 불길하다.

하반기는 가뜩이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대두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를 터다. 그렇게 되면 무리한 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이런 상황이 오면 2∼3년 뒤 잔금을 치러야 하는 청약자들이 대거 나자빠지면서 건설사도 휘청댈 수 있다.

건설사들도 이런 위기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상반기 분양 단지가 잇따라 완판된 A건설사 임원은 “남들 팔 때 우리도 팔아야 해서 분양일정을 대거 당겼지만 2년 뒤 입주 때가 걱정이긴 걱정”이라고 말했다.

B건설사는 상반기에 분양에 ‘올인’한 뒤 하반기는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나름의 방침을 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집중하고, 하반기는 시장 추이를 보면서 탄력적으로 분양하려 한다. 이유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금이 정부의 물량 조절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현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 자체가 다르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급과잉 될 정도는 아니다. (분양 물량이) 다 소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분양 물량이 다 소화가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유 장관의 답변은 2~3년 뒤의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근시안적 진단일 뿐이다.

사실 국토부의 시장 예측 능력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과거 전세대책을 내놓으면 전세가가 뛰었고, 최근에는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출시 예고 6개월 만에 무기한 연기했다. 불과 수개월 앞 시장 상황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국토부에 2∼3년 뒤의 일을 대비하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부디 한국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부동산 시장 폭락을 답습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에 바탕을 둔 치밀한 대비책 마련을 기대해 본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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