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병 률
경향신문 기자
박근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인 행복주택이 지난 9일부로 접수가 마감됐다. 9월17일 입주자를 선정한 뒤 10월에는 입주가 시작된다. 입주가 예정된 행복주택은 송파삼전(40가구), 서초내곡(87가구), 구로천왕(374가구), 강동강일(346가구) 등 서울 시내 4곳 847가구다. 첫선을 보이는 행복주택이니만큼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한다.

역대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관심이 많았다. 공공임대주택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한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행복주택’을 내세웠다. 국공유지 중 유휴지에 집을 짓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정책 대상이다.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용도가 꽤나 애매하다. 지금까지의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 타킷이다. 국토부는 “사회활동이 왕성하나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젊은 계층의 ‘주거사다리’라는 정책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직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다. 집에서 ‘백수’라며 눈치를 보고 있을 이들은 입주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 대학원생도 안 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청년(20~29세)은 631만명인데, 이 중 취직자와 재학생이 아니면서 구직을 하지 못한 청년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6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대학졸업생 취직률은 55%였다. 대학을 나오는 청년 둘 중 하나는 ‘백수’라는 얘기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행복주택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너무 넓다. ‘사회활동이 왕성하나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젊은 계층’을 돕는다고는 하나 이 계층에 대학생은 포함되고, 대학원생과 ‘취준생’은 포함 안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니 청년들의 반발은 납득이 간다.

민달팽이유니온, 서울대·연세대·고려대·단국대·서울시립대 총학생회,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청년학생단체들은 6월3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행복주택 입주 기준에 명시된 취업요건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사실 행복주택은 임대료도 만족스럽다고 보기 어렵다.  행복주택은 서울시 SH공사나 서울시의 청년협동조합형 임대주택에 비해 30%가량 비싸다. 행복주택 표준임대료(대학생 기준)는 강동강일지구(전용 29㎡)가 보증금 4250만원, 월세 2  1만7000원이다. 하지만 서울시 SH공사의 대학생 희망하우징은 강동천호지구(전용 12.6㎡) 임대료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2000원이다.

행복주택이 요구하는 보증금 4250만원은 일반 대학생이 자력으로 내기는 불가능한 액수다. 희망하우징의 100만원이 현실적인 액수다. 1㎡ 면적당으로 환산해도 행복주택의 임대료가 높다. 행복주택은 1만2400원, 희망하우징은 8400원으로 분석돼 행복주택이 33% 비싸다. 취업한 청년 중에서도 어느 정도 연봉이 되는 취업자들만 행복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행복주택은 당초 약속했던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축소됐다. 그나마 2017년까지 승인하겠다는 것이어서 정권이 바뀌면 또 어찌될지 모른다. 앞서 150만가구를 짓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흐지부지됐다.

서민주거정책이 ‘로또’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서민주거정책은 복지정책으로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보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입주대상이 됐다가 안 됐다가 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 행복주택의 정책목적이라면 수혜를 보는 대상을 좀 더 확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임대료는 더 낮춰야 한다. 행복주택이 대기업에 취직한 청년을 위한 선물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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