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이 기성 공사비 지급의무를 지체하고, 수급인이 완공해도 도급인이 공사비 지급채무를 이행하기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을 경우 수급인은 사유 해소 때까지 완공의무 거절 가능”

최근 들어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소건설업체까지 이를 체감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한창 건설경기가 어려운 때에 ‘자금난’에 허덕이는 하도급업체들이 제대로 공사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으레 원사업자는 공사중단을 이유로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고 보증보험회사를 상대로 ‘공사이행보증금’을 청구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이러한,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들에 대해서는 매년 수많은 민원과 항의가 있어 왔고, 최근에는 아예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에 원사업자가 하도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해지한 뒤 하도급 계약이행보증금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사실 법적으로는 원사업자가 제대로 공사대금 특히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수급업체가 공사 자체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하도급업체가 공사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면, 공사도급계약이 매우 대등하고도 평등한 계약으로서 쌍방이 목적물의 완성 즉, ‘공사의 완공’이라는 계약목적의 달성에 똑같이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건축공사도급계약에서 공사대금의 지급의무와 공사의 완공의무가 반드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급인이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 공사 기성부분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의무를 지체하고 있고,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더라도 도급인이 공사대금의 지급채무를 이행하기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그러한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자신의 공사 완공의무를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05.11.25. 선고 2003다60136 판결)”고 판시해 ‘불안의 항변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대법원 판례는 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향후 이를 지급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하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자 하도급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건에서도, “민법 제536조 제2항의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을 발생시키는 사유에 관하여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와 같이 채권자 측에 발생한 객관적·일반적 사정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공사를 수행하는 도급계약에서 일정 기간마다 이미 행하여진 공사부분에 대하여 기성공사금 등의 이름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의 일회적인 급부가 통상 선이행되어야 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와는 달리 위와 같은 공사대금의 축차적인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의 원만한 이행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제된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도급인이 계약 체결 후에 위와 같은 약정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로 인하여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더라도 그 공사내용에 따르는 공사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지급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어서 수급인으로 하여금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게 되었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불안 등과 같은 사정이 없다고 하여도 수급인은 민법 제536조 제2항에 의하여 계속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원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 15. 선고 2008가합24765)고 판시함으로써 공사 중단에 대한 귀책사유가 추가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도급인에게 있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계약이행을 보증한 보증업체 또한 보증금을 지급의무가 없다는 판단을 한 바가 있다.

그러나, 공사대금 내지는 추가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책임이 도급인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열악한 지위에 있는 수급인이 대법원 판례가 보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사완공을 거절할 법적인 권리를 현실에서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미지급 공사대금이 있는지의 여부가 원사업자에 의해 다퉈지면 공사중단에 대한 귀책사유 또한 법적 분쟁화돼 종국적인 해결이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아무리 미지급 공사대금에 대해 민법상의 지연이자보다 더 고율의 이자를 적용하고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벌칙을 강화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불안의 항변권’이 하수급업자들의 실효적인 ‘무기’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박하영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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