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신호가 오는 것 같다.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경고음 같은 신호다.

정부가 7월22일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을 내놨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고,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관리 방안에는 일정 기간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에 대한 금리인상 등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관행 정착, 토지 및 상가 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 도입, 비소구(유한책임) 주택담보대출 시범 도입 등이 담겼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소득심사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 관리가 강화되면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줄고, 개인당 대출액도 상환능력에 맞춰 정해질 것이다. 늦게라도 정부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가계부채에 관심을 보인 게 다행스럽다.

그동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방치, 묵인 또는 조장한 측면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경제 활성화라는 거대한 명분 앞에서 가계부채의 위험은 소소한 걱정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해소된 건 아니다. 이미 시중에 깔린 어마어마한 빚이 우리 경제에 언제, 어떤 부담으로 되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안 보인다. 가장 큰 걱정은 금리가 오를 때다. 항간에선 그 시기만 문제일 뿐 금리는 반드시 다시 인상될 거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우리 금리의 바로미터인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지도 오래다. 가장 최근 사례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월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의 하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연내 어느 시점에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하는데 적절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옐런 의장은 만약 올해 금리인상을 시작한다면 횟수가 2회 정도는 될 것임도 시사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7월과 9월, 10월, 12월에 각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리고, 그 중 9월과 12월 회의 뒤에는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마련된다.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은 9월 인상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만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해야 한다. 과거의 예를 봐도 몇 달 뒤 우리는 미국을 따라 금리를 조정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1999년 5월 이후 최근까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변화 추이를 시기를 구분해 조사한 결과 미국과 한국의 금리 조정 시차는 평균 9.7개월이었다.

9달 뒤든 10달 뒤든 금리가 오르면 ‘이자 폭탄’이 터진다. 실질소득 둔화에 하늘 높은지 모르고 뛰는 전셋값을 충당할 수 없어 그나마 싼 이자로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이 일제히 나자빠진다. 이들의 은행계좌는 불쑥 높아진 이자를 이체한 뒤 생계를 유지할 여력이 없다.

앞서 지난 4월 말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408억원으로 전월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6월11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후 가계대출이 더 늘었을 터다.

정부의 이번 관리 방안이 치밀한 가계부채 출구전략의 서막이 됐으면 한다. 서서히 가계부채 폭탄 대비책이 가동돼야 할 타이밍이다.

과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참담한 상황을 모면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당장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은행 돈을 빌린 실수요층이 무너지면 근래에 호황기를 구가 중인 주택 시장도, 비틀비틀 버티고 있는 우리 경제도 영영 재기하지 못한다.   /세계일보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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