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렵게 수주한 UAE 원전 사업에서 실제 수익은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벡텔사가 원전설계와 기술자문료로 더 많이 챙겨갔다. 우리는 기술이 부족해 눈뜨고 수익을 놓친다”

최근 몇 년간 건설업계의 화두는 단연 ‘생존’이다.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국내 경기침체 속에서 건설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결과 해외건설 수주액으로는 세계 6대 강국에 진입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기본설계나 원천기술은 세계적 수준과 차이가 크다.

국내 건설사들은 그간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보다는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가격경쟁과 시공능력을 통해 사업을 수주해 왔다. 하지만 시공능력마저도 후발국인 중국과 인도 기업들에 거의 따라 잡힌 상황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해외 건설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이익률이 높고 리스크 관리가 편리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설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원천기술을 보유한다면 건설사들은 수주에 직접 뛰어들거나 자문과 기술지원을 통해서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원가율 상승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또한 사업 초기 전체 프로세스의 틀을 잡는 만큼 중요도가 가장 높고 영업이익률도 단순 시공만 맡아 얻는 영업이익률의 두세 배에 달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국내 기업이 수주한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의 경우 총 공사대금은 186억 달러(한화 약 19조5000억원)로 중앙정부와 건설업체 등이 상호 협력을 통해 수주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수익률은 총 공사대금의 25% 정도인 46억5000만 달러(약 4조9000억원)였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실제 수익률은 18억6000만 달러(약 2조원)이었으며 그 외 27억9000만 달러(약 2조9000억원)는 원전 건립을 위한 종합설계와 기술자문을 맡은 미국 벡텔(Bechtel)사가 가져갔다.

이 엄청난 자문료를 챙긴 것은 벡텔사가 원천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는 국내 건설사들이 진행했지만 원전 설계에 필요한 원천기술은 벡텔사의 것으로 UAE 원전 사업에서 미국 벡텔사는 너무나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힘들게 수주하고도 기술이 없어 눈뜨고 수익을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날처럼 단순히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는 것은 이제 중국, 인도와 같은 저임금 국가에 당할 수 없다. 또한 해외 건설의 물량은 예전의 단순 시공물량에서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건설 물량의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초고층 건축물과 장대교 및 장대터널, 인공섬 및 해양구조물까지 소위 ‘복잡하고 어려운’ 건설 물량이 발주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해외 수주에서 싸워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은 원천기술의 개발밖에 없다.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첫째,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연구개발비 확보가 필요하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내 건설업체 중 기술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은 10개사 밖에 되지 않고 이들의 R&D 투자비중은 매출액 기준 3.1% 수준으로 타산업의 견실한 기업이 투자하는 매출액 대비 5% 수준보다 매우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외 건설공사 수주에 큰 도움이 되는 ‘신기술 및 공법’ 개발이 어려운 만큼 연구개발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플랜트 및 주요 건설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원천기술은 같은 공사라 할지라도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로열티와 지적재산권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원천기술은 해외 건설 수주에서 우리 업계의 주력 분야인 플랜트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사업 추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CM(건설사업관리)기술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시공능력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CM 부문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 CM 분야의 단독 발주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수주역량 강화를 위해 CM기술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넷째,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력 강화(설계 역량)가 필요하다. UAE 원전처럼 우리나라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핵심 분야 설계를 외국에서 담당한다면 부가가치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이 단순 토건업에서 고부가가치를 가진 미래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원천기술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때,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생존을 뛰어넘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윤하중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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