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자체가 움직이는 데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공정성’과 ‘양극화’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민주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활동했던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한 신문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첫해는 입법조치가 있었는데, 그 다음해 모든 것이 실종되고 말았다”며 “정권의 의지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은 최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을(乙) 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 발대식을 가졌다. 중앙당 차원의 을지로위가 시당으로 외연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을과 연대해 사회 전반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고 을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 잡을 때까지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내용의 이날 출범 선언문은 박근혜 정부 초 반짝하다 흐지부지 돼가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지속적 관철을 설파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기회균등·공정경쟁·공평분배 등을 요체로 하고 있는 실천 덕목이다. 따라서 보수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들고 나왔을 때 일부 보수진영이 당혹해하기는 했지만 불평등·불공정 횡포의 ‘갑을(甲乙)관계’ 청산이란 대의명분에 대체로 환영을 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민주화가 지지부진해지기 시작한 2013년 초 여론조사를 했을 때도 국민 85.2%가 경제민주화를 지지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일부 진보 진영의 학자들은 설령 야당이 정권교체를 못해도 경제 문제의 핵심인 경제민주화가 실현될 것으로 믿었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그랬던 경제민주화가 지금 공염불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거창했던 경제민주화가 실종돼 어디에서 헤매는지 알 수 없다고들 지적한다. 김광두 교수의 표현처럼 이 정부 들어 첫해 일 년 입법조치가 그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얘기다. 불공정 관행이 어느 산업보다 고질적인 건설 산업에서도 경제민주화의 실종이 확연히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정권초기에는 청와대는 물론 여당도 위원회를 만들어 경제민주화를 얘기해 부당특약과 불공정 하도급 등 갑의 횡포를 막을 장치들이 속속 마련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도급업자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던 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다. 분리발주 법제화와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 등 대통령 공약사항도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갑의 목청에 주눅이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마저 실천이 안 되는데 더 이상 무엇이 되길 바라겠는가. 

경제민주화는 소수의 경제 세력이 전체를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모두가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제발전과 사회지표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을 바로 잡아야 사회가 균형발전을 할 수 있다. 동행(同行)은 곧 동행(同幸)이다. 경제민주화가 일과성이 아닌 지속적 실천과제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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