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건설정책과 제도를 수립하는 부서는 국내외 동향을 통찰하고 미래 수요 예측을 위해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전문성 확보가 필수다. 1~2년 순환근무는 근시안적 계획도 기대 못해”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설계 및 시공사의 능력 외에 국가의 건설정책과 발주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건설 공무원 및 발주기관 부서원의 역할과 이들이 조직 내에서 갖추고 있는 전문성 확보가 중요 요소가 되며, 우리 건설 관행상 발주기관의 중요도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국내 주요 발주기관인 국토교통부는 9실국, 15정책관 및 72개과로 구성돼 있고, 지방청과 항공청을 포함해 12개의 별도 조직이 있다. 국토부의 부서별 인력 배치기간은 대체로 2년 정도이고, 실제 부서이동은 1년 미만인 경우도 많이 있다. 2년의 근무기간은 업무를 습득해 실무에 전문성을 활용할 만한 시점에 부서 이동을 하는 것이고, 1년의 근무기간이라면 어떠한 전문성도 확보하기 어려운 기간이다. 이러한 사례는 다른 주요 발주기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서별 짧은 근무기간은 다양한 부서의 업무 습득으로 조직의 업무 전체를 관리하는 능력이 갖춰질 수 있고, 건설부서 특성상 갖게 되는 민원 접촉에 의한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부서의 잦은 이동근무는 전문성 확보와 책임감 부여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므로,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이 확보되도록 인사관리 운영체계가 개선돼야 한다.

특히 국가의 건설정책과 제도를 수립하는 관련 부서는 장기간 국내외 건설동향을 통찰하고 미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더욱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부서에서 1~2년의 근무기간은 단기간의 근시안적 계획수립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보다 유연한 조직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발주부서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다른 방법은 실제적 교육체계에 의한 지식습득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현재의 단편적이고 부가의무적인 교육체계로는 전문성이 확보되는 지식습득 체계를 만들기 어렵다. 즉, 요소기술단위의 전문성 확보가 가능한 장단기 교육프로그램이 시스템적으로 갖춰져서, 부서원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스스로 계획해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교육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부처별로 시행하고 있는 장단기 파견 및 연수체계도 업무의 중압감에서 잠시 떠나는 개념이 아닌 실제적인 전문성 향상 기회가 되도록 강도 높은 운영체계로 변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의 이수는 결과가 엄중하게 평가되는 체계가 돼야 교육프로그램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관련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폭넓게 채용하는 것이다. 최근 인사혁신처에서는 민간스카웃제 확대 등 개방형직위 운영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개방형직위란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수립을 위해 필요할 때 내‧외부에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지정한 직위를 의미하고, 147개 직종이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국토부는 국토지리원, 국토교통인재개발원 및 홍수통제소와 관련된 5개 직종이다.

최근에 이러한 인사정책에 따라 ‘돌공’(돌아온 공무원)의 수도 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건설산업의 특성상 공무원 퇴직 후 민간 업무를 하다가 다시 공무원으로 복귀하는 ‘돌공’은 업역의 실무적 전문성을 경험했기에 정책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방형 공무원 채용이 증대되고 있으나 아직은 인사관리 분야에 치우쳐 있는 점과 국토부의 제한된 직종에 그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 최대 발주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8개 본부, 37개 처 및 14개 지역본부로 구성돼 있고, 한국도로공사는 본부 외에 7개 지역본부, 52개 지사 및 24개 사업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정부투자기관은 중앙부처와 비교시 상대적으로 업무의 전문성이 높다고 볼 수 있으나, 민간의 실무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으므로, 부서별로 일정수준의 개방형직위 설정이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개방형직위 및 민간전문가의 채용은 소요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고, 채용 후에는 조직에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건설 5대강국을 지향하는 우리가 아직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선진 발주기관이라면 물리적 조직 관리로 구더기를 방지하는 것보다는 발주부서의 전문성 확보라는 화학적 처방을 병행해 거시적 건설정책 수립과 기술경쟁력 확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강인석 경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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