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집 사야 할까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명색이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집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한국의 집값은 정말 불패일까. 가을 이사철을 맞아 또 집값이 오르고 있다. 전월세도 들썩인다. 지난해 하도 가파르게 올랐던 탓에 올 하반기에는 제풀에 지쳐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가계소득은 정체됐고, 미국의 금리인상설도 무시무시했다. 그런데도 집값은 오른다. 이사 비수기인 7, 8월도 쉼없이 오르더니 이사철인 9월을 맞아 또 오른다. 9월 집값 상승은 전세로 버텼던 사람들이 2년계약 만기를 맞아 더는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집사러 나왔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2억5000만원을 빌려도 30년 만기 원리금으로 되갚으면 상환금은 월 1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월세 100만원을 낼 요량으로 이자를 내겠다는 게 적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현 시장 상황은 전월세값이 매매가를 이끌고 있다. 매매가가 전월세 가격을 견인하던 예전과 다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부는 무력하다. 대출규제 풀고, 금리 낮춰서 군불을 땠을 때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전월세 가격은 정부 관심사에서 제외됐다. 부동산대책의 관심은 매매가에 집중됐다. 그러니 속수무책이다.

매매는 돈을 쓰더라도 자산이 생기지만, 임대는 그냥 사라져 버리는 단순비용이다. 금융적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금융은 국토부의 전공이 아니다. 국토부가 어떤 처방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의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상황에는 투기성 자본이 의심된다는 말도 들린다. 이른바 ’무피투자’와 ‘전세깡패’다. 무피투자란 피 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3억원이고 전세가가 2억원이면 이를 2억8000만원까지 끌어올린 뒤 매수자는 단돈 2000만원으로 집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때 중계업자가 조력자로 끼어 있을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여러 채 사모으는 사람들이 ‘전세깡패’다. 초저금리시대의 신형 투기기법인 셈이다.

위장전입을 통한 과다 중복청약도 심각해 보인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500가구 이상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20회 이상 청약한 사람이 762명이나 됐다. 이들이 청약한 횟수는 2만699회다. 부산에서는 동일인 22명이 같은 날 아파트에 청약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이 소비축소다. 많은 돈이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가계가 빈곤해지고 있다.

 1억~2억원을 보증금으로 걸고 월 100만원을 임대료로 내면서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은 별로 없다. 내돈으로 1억~2억원 내고 대출원리금 이자로 월 100만원을 지출하는 것도 도긴개긴이다. 내집이 생겼다고는 하나 당장 팔아서 현금화할 수 없다면 30년간 사실상 은행에 발이 묶인 빚이 된다.

정부의 금리정책도 어려워진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지 못하는 것도 돈을 풀어봤자 부동산에서만 돌기 때문이다. 행여 집값이 떨어지면 가계와 금융권이 동시에 위험해지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대책이 없어진다. 정부도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이미 1100조원이 넘어버린 가계부채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집을 사야 할까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원칙론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 “과다한 대출을 하지 마시고 실수요일 때만 사세요”라고. 참 무력한 답이지만, 그 이상의 답도 없다. 올 가을 전세대란은 참 많은 질문들을 한국 사회에 던질 것 같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