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시행을 앞둔 개정 민법이 이미 시장에 보편화돼 있는 전자·인터넷보증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개정 민법이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는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전자보증’이란 보증기관이 보증채권자 등에게 전자적으로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전자문서로 발급한 보증서를, ‘인터넷보증’은 보증신청자가 보증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출력할 수 있도록 전자문서로 발급한 보증서를 각각 말한다.

이 같은 전자·인터넷보증은 2000년대 초 도입된 이래 매년 발급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 지난해 11개의 보증기관이 취급한 총 600만건의 보증 중 71%인 427만여건을 차지하는 등 이미 보증시장에 보편화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건설 분야는 지난해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3개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전자보증 실적은 총 96만2291건 중 91만3836건으로 전체의 95.0%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나 개정 민법 시행으로 가장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민법이 보증인의 경솔한 보증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적 형태의 보증에 대한 효력을 부인한 것은 입법취지나 도입효과에 대해 일응 수긍이 가지만 현재 시장에서 보편화된 전자보증의 효력을 일거에 부인하는 것은 다소 경솔한 입법이 아닌가 우려된다.

본 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민법 개정안’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민법 개정안’은 ‘기업 또는 개인의 신용을 보증하기 위해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금 또는 그 관리기관이 하는 보증이나 보증을 영업으로 하는 자가 하는 보증’은 전자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효력을 부여하는 내용을,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개정안’은 ‘기금이나 보증을 영업으로 하는 자의 보증은 민법의 단서(보증의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 차원의 개정안들이다.

개정안의 취지는 기관보증이나 보증을 영업으로 하는 자의 보증과 같이 보증인이 보증을 해야 할 것인지를 충분히 따져보고 신중히 보증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까지 전자문서에 의한 보증을 막을 이유가 없고, 이미 전자보증시스템을 도입해 대다수의 보증계약을 전자서면으로 처리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이른바 기관보증까지 서면보증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자보증은 민간 시장뿐 아니라 대법원이나 조달청 등 국가기관까지도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만만찮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보증업계는 온라인으로 처리하던 보증거래를 오프라인으로 전면 전환할 경우 인건비와 교통비 등 비용부담이 연간 2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증업계는 개정 민법이 입법과정에서 독일 민법의 입법례를 참고했으나 독일 상법은 보증을 영업으로 하는 자에 대해서는 민법의 특례조항을 통해 전자보증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을 간과한 것으로, 독일 법체계 전반 중 일부만 차용해 발생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개정 민법 시행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면 보증의 예외를 허용해 시장의 혼란을 사전에 막는 조치가 시급한 만큼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와 관심을 촉구한다.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전주완산갑·국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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